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의 이수훈 위원이 19일 노무현 대통령의 동북아시대 구상을 구체화한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 신구상`을 발표했다. 이 구상의 요체는 동북아개발은행과 동북아철도공사의 설립, 동북아 자유무역협정(FTA)의 체결 등을 통해 경제협력의 틀을 구축한 다음, 이를 정치ㆍ외교적인 협력체로 발전시켜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를 열자는 것이다.
동북아시대의 구축은 노무현 대통령의 일관된 정치신념으로 여겨진다. 후보시절은 물론 대통령 취임이후 동북아 시대의 비전을 강조해 왔다. 동북아 시대에서 한국의 역할을 강조한 나머지 `동북아 중심국가론` `동북아 경제중심론`을 내세워 일본과 중국으로부터 경계와 반발을 사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 방일기간 중에도 일본 중의원연설과 일본시민과의 대화에서도 이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노 대통령의 동북아시대 구상의 출발은 한ㆍ일ㆍ중을 주축으로 북한 러시아 몽골을 한데 묶어 유럽연합(EU)처럼 만들어 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EU와 동북아는 여러모로 차이가 있다. 정치 경제 문화 등의 부문에서 일정 수준의 균질화가 이뤄져 있는 것이 EU라면, 동북아는 한자문화권이라는 동질성 하나를 제외하곤 정치ㆍ경제적으로 이질적인 요소가 너무 많다.
공감대의 폭이 비교적 넓다고 할 수 있는 한ㆍ일 관계만 하더라도 지난 번 노 대통령의 방일에서 나타났듯이 극복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일본의 경제산업성이 내달각의에 제출할 2003년 통상백서에서 제안한 `동아시아 비즈니스권` 창설문제도 그 중의 하나다. 이 백서가 말하는 동아시아에는 물론 한국과 중국도 포함돼 있으나 일본이 주로 겨냥하고 있는 것은 아세안을 축으로 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이다. 한국의 지향이 `북`이라면 일본은 `남`에 있음을 알게 한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미국의 세계전략이다. 일본을 앞세워 중국을 견제하려는 것이 미국의 전통적인 세계 전략이고, 일본도 그 전략에 익숙해 있다. 그런 관계가 쉽게 바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노 대통령의 동북아시대 제안에 일본이 보인 냉랭한 반응도 거기서 연유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동북아시대를 구축하는 노력은 시작돼야 한다. 동북아의 협력체제는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궁극적인 통일을 위해 절실한 작업이다. 그래서 그 역할을 수행하는데 한국은 적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구상은 단기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장기적인 외교과제다. 다만 모든 협력의 기초는 경제협력에 있는 만큼 경제외교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권구찬,임석훈기자 sh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