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지수가 4,000돌파후 49일(거래일 기준)만에 5,000선을 돌파했지만 투자자들이 마냥 즐거운 것은 아니다.현재 뉴욕증시는 기형적인 강세장을 보이고 있다. 일부분의 첨단 기술주만 오르고 있을 뿐 대부분 주식들은 97~98년의 아시아 및 러시아 금융위기 당시수준에 머물고 있다.
웰즈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제임스 펄슨은 S&P 500 지수 편입종목중 첨단기술 및 정보통신주 66개를 제외한 나머지 434개종목의 현재 주가수준은 98년가을 러시아 금융위기 당시수준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S&P 500지수는 당시보다 40%정도 높은 수준이지만 이는 전적으로 첨단기술주 및 정보통신주 덕분일뿐 나머지 종목들은 2년넘게 제자리 걸음이라는 얘기다.
전통적인 주가분석기법을 적용해 주가수준을 분석하면 더욱 기가 막힌다. 첨단기술주를 제외한 S&P 500종목의 현재 주가수익비율(PER)은 12배에 불과하다. 이는 불황기였던 90년당시의 PER와 같은 수준이다. 그동안 수익 증가분에 비해 주가상승분은 보잘 것없었다는 결론이다. 반면 첨단기술주를 포함시켜면 S&P 500종목의 PER는 43배로 껑충 뛴다.
살로먼 스미스바니증권사의 분석에 따르면 S&P 500 지수는 최고점대비 7%정도 낮은 수준이지만 편입종목의 70%이상이 고가대비 20%이상 하락한 상태라는 것.
지수는 강세지만 개별 종목으로 놓고보면 약세장이라고 느낄 투자자가 훨씬 많은 셈이다.
이 때문에 일부 분석가들은 FRB의 금리정책이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FRB가 제아무리 금리를 올려봤자 과열증시를 이끌고 있는 첨단기술주들은 끄덕없고 이미 충격을 받을 만큼 받은 기존 대형주들만 더 떨어지는 모순이 재연될 뿐이라는 지적이다. 트러스트사의 투자담당인 스테판 아브람스는 『그린스펀(FRB 의장)은 S&P 500종목중 50개만 오르고 450개는 하락하는 시장의 양분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린스펀이 금리를 올려 시장을 진정시키려 해봤자 일부 과열종목에 몰리는 자금규모가 늘려줄 뿐이라는게 그의 주장이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시장이 어찌 되든 돈을 벌 수 있는 곳으로 우루루 몰려가기 마련이다. 최근들어 대형 펀드들조차 블루칩을 팔고 첨단기술주를 사는 모습을 보일 정도다.
이 때문에 일부 첨단기술주만 오르고 대부분 상장종목들은 기본가치보다도 낮은 수준의 주가에 머무는 상황이다. 언제까지 이같은 불균형이 존속될지, 또 불균형이 교정(矯正)되는 순간 투자자들의 희비(喜悲)가 어떻게 엇갈릴지 두고 볼 일이다. /뉴욕=이세정특파원 BOBLEE@SED.CO.KR입력시간 2000/03/11 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