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CEO를 위한 LAW테크] ⑥과다납부·착오로 낸 세금

경정청구 통해 환급 가능


‘끔찍했던’ 기억일수록, 그 기억의 잔영은 더 오래 남는 법이다. 화성연쇄 살인사건을 다뤘던 영화 ‘살인의 추억’이 그 중 하나라면 하나일 것이다. 부동산 세금에서도 많은 사람들은 토지초과이득세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기억할 것이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 결정의 혜택을 본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결정의 혜택에서 제외된 사람들은, 아이러니하게도 과세처분이 적법하게 이루어졌다고 믿고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한 사람들이었다. 국가를 믿고 세금을 납부한 사람이 과세처분의 근거가 된 법률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재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법적 보호도 받지 못한다는 결과는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이러한 결과는, 법률적으로는 헌재 결정의 소급효가 미치는 범위 때문이었다. 헌재 결정이 소급적으로 적용되는지 하는 문제는 세법 분야에서 특히 문제가 된다. 조세채권은 과세요건이 충족되는 당시의 조세법률에 의해 성립·확정되므로, 나중에 헌재에 의해 당해 조세법률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선언됐다 하더라도 그 결정의 효력이 과세요건 충족 시점까지 소급하지 않았다면 이미 확정된 조세채무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또한 소급효를 갖는다고 하더라도 납세자가 부과처분에 대해 불복하지 아니하거나 불복했다고 하더라도 결정 당시 이미 확정되어 버린 경우라면 더 이상 구제방법이 없게 된다. 결국 과세관청의 조치에 순응한 납세자는 구제받지 못하고 어떠한 형태로든 불복을 제기한 납세자만이 득을 보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지난 13일 헌재는 종부세법의 위헌 여부에 대한 결정을 했다. 우선, 세대별 합산 규정은 혼인한 자 또는 가족과 함께 세대를 구성한 자를 비례의 원칙에 반하여 개인별로 과세되는 독신자, 사실혼 관계의 부부, 세대원이 아닌 주택 등의 소유자에 비해 불리하게 차별 취급하고 있어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거주 목적 1주택 보유자에게 과세 예외조항이나 조정장치를 두지 않고 일률적으로 다액의 종부세를 부과하는 것은 피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 어긋나지만, 단순 위헌으로 선언해 효력을 상실하게 할 경우에는 법적인 공백 상태를 초래하게 되는 등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했다. 남은 관심은 납세자들이 과연 헌재 결정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가에 쏠리고 있고, 이는 위 헌재 결정에 소급효가 인정되는지 여부와 직접적으로 관련된다. 그런데 종부세의 경우에는 납세의무자의 권리구제를 위한 구체적 타당성의 요청이 큰 반면, 소급효를 인정하여도 법적 안정성을 침해할 우려가 없고, 기득권자의 이득이 해쳐질 사안도 아니다. 오히려, 소급효를 부인할 경우 국가의 정책에 순응한 납세자에 대해서만 불이익이 돌아가는 결과가 발생하게 되어, 소급효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헌법적 이념에 배치되는 문제를 낳을 수 있다. 법정신고기한 내에 자진 신고납부한 사람들은 경정청구라는 제도를 통하여 세금을 돌려 받을 수 있다. 1994년 말 경정청구제도가 새롭게 마련되었고, 따라서 경정청구기간이 경과하지 않은 이상 경정청구를 통하여 환급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는 것이다. 자진 신고납부를 하지 않아서 납세고지서를 받아 납부한 납세자는 사정이 달라서, 입법적으로 해결이 되거나 과세관청이 스스로 세금을 돌려준다면 모르되, 원칙적으로 불복기간인 90일 이내에 불복절차를 밟은 경우에만 구제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자진 신고납부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결정의 효력을 받지 못한다는 결론 역시 수긍하기 어렵다. 법리적 논란을 떠나서 국세청에서 결정의 취지에 따라 환급을 받아야 할 납세자에게는 알아서 직권으로 환급하여 주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와 같이, 경정청구제도의 도입으로 납세의무자의 지위는 대폭 강화되었다. 경정청구제도를 적극적으로 잘 활용한다면 과다납부하거나 착오로 납부한 세금을 돌려 받을 수 있고, 결국 적법하지 않은 세금을 내고도 지레 포기할 필요는 없게 된 것이다. 국내외 불안정한 경제상황으로 모두가 어두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어렵고 힘든 기억보다는, 아름답고 즐거운 기억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훗날 오늘을 떠올릴 때는, ‘행복한 날의 추억’이라는 제목을 붙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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