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교역조건 악화… 실질 GNI는 '제자리'

■ 1분기 성장률 7년여만에 최고<br>유가상승 등 영향 전분기比 0.9% 증가 그쳐<br>하반기 경기둔화 가능성 커… 금리인상 고민



4일 나온 1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적표는 다시 한번 '서프라이즈'를 실현했다. 속보치보다 잠정치가 0.3%포인트가 높은 것은 이례적인 일로 그만큼 지난 3월의 경기호전 속도가 빨랐음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은 수출과 설비투자가 호조세를 보이고 있는 2ㆍ4분기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관건은 하반기인데 지금 상황만 놓고 보면 색채가 그리 환하지는 않다. 경기상승의 탄력이 둔화될 게 확실시되는 탓이다. 최근 불거진 남유럽 재정위기의 실물경제로의 전이, 미국의 출구전략, 그리고 중국의 경기 연착륙과 같은 대외변수가 불리하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통화 당국으로서도 이런 변수들 때문에 1ㆍ4분기의 쾌조를 놓고도 금리를 쉽사리 올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서프라이즈 다시 실현…호주머니는 아직=실질 GDP 성장률은 4월 초에 내놨던 속보치보다 전년 동기와 전기 대비 각각 0.3%포인트 높은 8.1%와 2.1%의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반도체 및 전자부품 등 전기전자업종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 생산이 상승폭 확대를 주도했다. 제조업은 전기 대비 4.2%, 지난해 동기 대비 20.7% 증가해 속보치를 각각 3.6%, 20.0%를 웃돌았다. 민간 소비는 지난해 동기보다 6.3%, 설비투자는 29.9% 늘어나는 등 생산과 소비ㆍ투자가 삼박자를 이뤘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지난해 1ㆍ4분기와 지난해 4ㆍ4분기의 성장률이 높지 않아 올해 1ㆍ4분기 성장률이 더 돋보이는 '착시효과'를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1ㆍ4분기 경제성장률은 전기 대비 0.2%, 전년 동기 대비 -4.3%로 부진했다. 지난해 4ㆍ4분기도 전기 대비 0.2%, 전년 동기 대비 6%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더욱이 체감경기를 더 잘 반영하는 실질 국민소득(GNI) 증가폭이 크지 않았던 점도 유의할 대목이다. 명목 GNI는 지난 1ㆍ4분기에 2.8% 증가했으나 실질 GNI는 전기 대비 0.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유가상승으로 교역요건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1ㆍ4분기 실질 무역 손실 규모가 전분기(-5조4,000억원)보다 확대된 8조1,000억원에 달했다. ◇하반기 경기탄력 둔화=2ㆍ4분기까지는 호조를 보이더라도 하반기에는 경기탄력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남유럽 재정위기로 유럽의 실물경기 둔화가 불가피하고 중국과 미국의 출구전략이 본격화하면 그만큼 수출 증가세가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영택 한은 경제통계국 실장은 "올해 경기 전망을 상고하저로 하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경기회복에) 일부 제약요인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남유럽 재정위기와 중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경기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적으로 건설ㆍ부동산 분야도 상당히 좋지 않아 관련 산업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경제 성장세는 지속하지만 강도가 둔화한다는 것"이라며 "최근의 환율 하락세가 앞으로 수출에 반영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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