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고객 불신'이 더 무섭다

“마치 부모가 딸을 시집 보내는 심정입니다.” 지난 2004년 7월27일 서울힐튼호텔. 당시 최동수 조흥은행장은 쌍용차 주채권은행장 자격으로 중국 상하이자동차(SAIC)와 매각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이렇게 심경을 밝혔다. 외환위기를 전후해 부실덩어리로 전락한 쌍용차를 대규모 채무조정과 구조조정을 통해 수익을 내는 기업으로 키워낸 만큼 매각에 따른 기쁨과 함께 아쉬움도 크다는 의미였다. 그도 그럴 것이 쌍용차 매각은 90년대 중반 이후 계속된 한국 차산업의 구조조정을 일단락짓는 상징적 의미를 띠고 있었다. 하지만 아쉬움이 큰 만큼 당시에도 업계 안팎에서는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논란의 핵심은 ‘국부유출’. 수십년간 쌓아온 자동차 기술과 생산시설 이전 등의 우려가 잇따라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중국 차산업이 향후 한국차를 위협하는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는 부메랑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이후 2년여가 흐른 2006년 8월. 쌍용차 노조는 공장문을 걸어 잠근 채 이른바 ‘옥쇄파업’에 들어갔다. 노조 측은 “상하이차가 투자는 등한시한 채 기술이전과 구조조정에만 혈안”이라며 이의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임금ㆍ세금 등 경비지급을 일절 중단하는 극약처방으로 맞서고 있다. 말 그대로 ‘파국’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이 같은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은 매각시점부터 줄곧 이어져온 노사간의 뿌리 깊은 ‘불신’이다. 노조 측은 “지금까지 한 일이 뭐냐”며 목소리를 높이고 상하이차는 “고통분담은커녕 사사건건 투쟁만 벌인다”며 불만이다. 하지만 지금 업계의 현실은 이처럼 양측이 첨예하게 맞서 세월을 흘려보낼 만큼 한가하지 않다. 더군다나 쌍용차는 매각 이후 제대로 된 시너지 효과를 만들지도 못한 채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대주주 측은 이제라도 좀 더 구체적인 투자계획과 함께 침체기에 빠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을 돌파해나갈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노조 역시 극단투쟁은 사태를 더욱 꼬이게 하는 악순환이 될 뿐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양측이 드러내는 불신보다 ‘고객불신’이 더 커지면 회사도 노조도 존재하지 못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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