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수는 단 한번의 골로 스타가 되지만수비수는 단 한번의 실수로 역적이 된다."
지난 4일 치러졌던 우즈베키스탄과의 2006독일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4차전에서는 말그대로 극명한 명암이 엇갈리는 두 선수가 탄생했었다.
박주영은 경기 직전 극적인 동점골로 좌초위기에 놓였던 '본프레레호'를 살려내면서 다시 한번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우즈베키스탄의 공격수 샤츠키흐를 순간적으로 놓쳤던 박동혁은 경기중단 한번의 실수 때문에 경기내내 부담감에 스트레스를 받아야만 했다.
더욱이 실점의 순간에서 박동혁에게 백패스를 했던 게 박주영이였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두 선수의 '명암'은 말그대로 극과 극으로 바뀌고 말았다.
쿠웨이트전을 앞두고 8일(한국시간) 마지막으로 치른 훈련을 마친 뒤 본프레레호 '늦깎이' 수비수 김한윤(부천)은 "A매치가 이렇게 힘든 지 처음 알았다"며 그동안 받은 정신적인 부담감을 솔직하게 밝혔다.
K리그에서 160여경기 이상을 치르며 '베테랑 수비수' 반열에 올라있는 김한윤의 입에서 힘들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최근 들어 대표팀 수비수에게 쏟아지는 중압감은 날로 커져만 가고 있다.
A매치 9경기에 출전하면서 대표팀 경력으로는 '막내격'인 고참 수비수 유경렬도"예전에는 경기에서 지면 공격수들이 '바가지'로 욕을 먹었는데 이제는 수비수들의 몫이 됐다"고 말했다.
특히 박재홍(전남)의 경우 올해 A매치 중 아쉬운 모습을 몇차례 보인 뒤 팬들의 악의성 메일로 홈페이지까지 폐쇄하는 고초을 겪기도 했다.
공격수는 골을 위해 수십차례 슛을 날리지만 수비수는 단 한골을 먹지 않기 위해 수십차례 상대방 공격수를 정확히 막아내야만 한다.
게다가 경기가 끝난 뒤에도 무실점으로 방어한 수비수보다는 한 골이라도 성공시킨 공격수에게 칭찬의 영광이 돌아가고 있는 것.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최진철-홍명보-김태영의 '스리백 라인'이 4강 진출의 밑거름이 됐던 것 처럼 본프레레호의 수비수들에도 격려와 칭찬으로 사기를 복돋아 줄때다.
(쿠웨이트시티=연합뉴스) 이영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