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8월 4일] 親시장 산업생태계 구축해야

올 상반기 우리 경제는 7.6% 성장해 지난 2000년 이후 10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올 7월 말 누계 무역수지 흑자가 233억달러로 이미 정부의 연간 목표를 넘었다. 수출대기업의 실적은 더욱 눈부시다. 삼성전자의 올 상반기 매출은 18.6% 증가한 72조5,000억원, 영업이익은 188.4% 늘어난 9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자동차 역시 올 상반기 매출이 27.4% 증가한 18조원, 순이익은 143% 증가한 2조5,000억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기술보호·공정거래 체계 확립


이처럼 우리 경제가 금융위기를 빠르게 극복하고 수출을 주도하는 대기업의 매출이 대폭 상승하게 된 결정적인 원인이 원화의 약세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리 주력 수출산업의 경쟁국가인 일본의 경우 2008년 1월 초 원화 대비 860원이었던 엔화환율이 2009년 3월 1,616원까지 올랐다가 7월 말 현재 1,374원이다. 즉 환율효과만으로도 2008년 초 대비 일본 상품의 가격이 한때는 우리 상품의 2배까지 상승했고 아직도 약 60% 정도 비싸다.

상대적으로 우리 상품의 가격경쟁력이 매우 높을 수밖에 없다. 또한 2008년 초 940원이었던 달러화 역시 7월 말 현재 1,200원으로 상승해 달러로 결제된 매출대금을 원화로 환산하면 약 28% 증가하게 된다. 수출대기업의 기록적 실적과 고환율의 상관관계가 명확함을 알 수 있다.

반면 원화의 약세가 일본에서 원재료를 수입해 대기업에 납품할 부품ㆍ소재를 제조하는 하청중소기업에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엔화강세로 수입가격이 2008년 초 대비 한때는 2배, 아직도 약 60% 더 높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많은 중소기업들은 수입원자재 가격상승이 납품단가에 반영되기는커녕 오히려 일방적 납품단가 인하에 시달린다는 호소를 하고 있다. 게다가 대기업들이 하청중소기업에 원가계산서를 요구하고 지적재산권을 침해하며 구두로 발주하는 등 만성적 불공정거래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기업의 채산성이 좋아질 리 없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는 당연한 결과이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은 중소기업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산업생태계의 중요성과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거듭 강조했다. 반복되는 구호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기도 하지만 반갑고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관련기사



우리 경제가 필요한 것은 첫째, 중소기업의 기술이 보호되고 계약이 충실히 이행되는 공정한 거래질서의 확립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 공정거래규정이 실효성 있게 구체적으로 재정비되고 현장에서 엄정하게 집행이 되며 규정위반에 대한 합당한 처벌규정이 마련돼야 한다.

둘째, 중소기업을 사업의 동반자로 인정하고 지속적인 연구개발(R&D)과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적정한 이윤을 보장해주는 기업문화이다. 특히 새로운 패러다임인 다종 간의 기술융합, 협업과 분업을 위해서는 기업 간의 상호 신뢰와 동반성장 의식의 형성이 시급하다. 즉 공정한 거래와 가격이 보장되는 시장에서 기술력과 경쟁력을 바탕으로 기업이 유기적으로 성장하고 도태되는 건전한 산업생태계가 구축돼야 한다.

신뢰·동반성장 의식 형성 시급

정부가 최근 친서민 행보를 강화하는 것에 대해 재계는 반시장적이고 포퓰리즘적 논리이며 대기업과 서민의 대립구조를 조장한다면 비판하고 있다. 공정거래질서의 확립과 엄정한 집행을 대기업 때리기로 폄하해서는 안 된다. 공정거래질서가 바로 정글과 시장을 구분하는 잣대이다. 또한 대기업 위주의 시장구조에서 대기업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요구하는 것을 반시장적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국민의 부담을 감수하면서 대기업의 실적을 뒷받침한 것이 고환율 기조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지난 수십년간 정부는 상생협력을 강조해왔고 대기업과의 단합행사도 수없이 주선해왔으나 개선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의 강한 의지로도 어려운 일인 것이 우리 경제현실이다. 그러나 우리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과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시장친화적인 산업생태계를 구축해내야만 한다. 이번만은 이 대통령이 기필코 중소기업과 서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새로운 산업생태계를 구축해주기를 기대해본다. 공정거래규정이 실효성 있게 구체적으로 재정비되고 현장에서 엄정하게 집행이 되며 규정위반에 대한 합당한 처벌규정이 마련돼야 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