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월요초대석] "인간게놈프로젝트 유리한 발판마련"

박홍석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사, 대담 = 권홍우 경제부 차장 hongw@sed.co.kr

[월요초대석] "인간게놈프로젝트 유리한 발판마련" 박홍석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사, 대담 = 권홍우 경제부 차장 hongw@sed.co.kr • [박홍석박사는 누구] • 열악한 국책硏 연구환경 지난 27일은 한국 유전체(게놈) 연구사에서 한 획을 그은 날이다. 침팬지유전체국제컨소시엄이 인간과 가장 유사한 동물인 침팬지의 22번 염색체를 완전 해독하고 인간의 21번 염색체와 비교분석하는 데 한국의 연구진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성과를 발표한 것. 영국의 유력 과학저널인 ‘네이처(Nature)지’는 이 내용을 상세히 게재, 연구성과가 세계적인 수준임을 확인시켰다. 화제의 주인공은 이제 겨우 40대 초반인 박홍석(42·사진) 박사. 그가 이끄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연구팀은 게놈 분야에서 한발 앞선 선진국들과도 어깨를 나란히 하며 이번에 기념비적인 업적을 만들어냈다. 이제 우리나라도 최소한 유인원의 게놈 연구에 대해서는 동등한 연구업적을 기반으로 응용연구를 수행할 수 있게 됐으며 각국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에서도 유리한 발판을 마련했다. -이번 연구성과에 세계가 박수를 보내고 있습니다. 연구를 위한 국제컨소시엄은 어떻게 마련됐나요. ▲2001년 1월 일본 도쿄에서 5개 나라 총 8개 연구센터가 참여, 결성됐습니다. 2002년 1월 인간과 침팬지의 비교 게놈지도를 완성, 사이언스(Science)지에 발표한 바 있는데요. 참가한 연구기관으로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일본 이화학연구소 게놈과학종합연구센터와 일본국립유전학연구소, 중국의 상하이인간게놈해석센터, 타이완 국립양밍대학교게놈센터, 독일의 막스플랑크분자유전학연구소와 독일생명공학센터ㆍ독일분자생명공학연구소 등이 있습니다. 당시 모인 세계 각국의 연구진이 각각 역할을 분담했습니다. 일본이 전체의 52%, 중국과 독일이 각 16%씩, 한국과 타이완은 8%씩 해독했습니다.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의의는 무엇입니까. ▲인간의 21번 염색체에 해당하는 침팬지 22번 염색체를 세계 최초로 완전히 해독하고 그 결과를 인간의 21번 염색체와 비교했습니다. 인간의 21번 염색체는 다운증후군ㆍ알츠하이머ㆍ백혈병 등 20개 이상의 질병과 관련 있는 유전자가 다수 들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인간과 침팬지의 진화적인 차이와 질병 관련 유전자의 메커니즘을 연구할 수 있는 중요한 정보를 얻은 게 성과입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요. ▲인간과 침팬지는 유전체(게놈) 염기서열이 98.77%나 같은데도 완전히 다른 개체로 구분됩니다. 이런 차이를 유발하는 원인으로는 ▦유전체 구조의 변화 ▦특정 유전자의 존재 유무 ▦유전자 발현의 차이 등이 있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우선 인간과 침팬지 사이에 전이성 인자인 ‘레트로바이러스’의 위치와 유전체 염기서열의 차이를 발견했습니다. ‘레트로바이러스’가 유전체 구조의 변화를 만드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함으로써 침팬지와 인간의 차이를 결정짓는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와 함께 침팬지 또는 인간에게만 각기 특이하게 존재하는 유전자도 발견했습니다. 유전자 발현문제에서는 인간과 침팬지가 일반적으로는 똑같은 유전자 구조를 갖고 있지만 서로 다른 환경적 영향을 받아 유전자 발현에 차이가 발생한 것입니다. -컨소시엄의 향후 연구계획은 어떻습니까. ▲현재 인간 진화의 비밀을 밝히는 데 결정적인 단서가 될 것으로 생각되는 침팬지 Y염색체를 해독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 프로젝트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 사람과 가장 큰 차이를 가진 침팬지 20번 염색체도 추가 해독해 사람의 19번 염색체와 비교분석할 계획입니다. -연구결과의 상업화는 언제쯤 될까요. 너무 기대가 앞서는 건가요. ▲유전체 연구결과는 의약품뿐만 아니라 바이오산업 등 활용 분야가 무궁무진합니다. 하지만 아직 상업화를 말하기는 시기상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장기적 측면에서 기초부터 다지는 과정으로 봐야 합니다. 일부에서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이미 끝났고 내용도 대부분 공개됐으므로 응용연구와 상업화에 주력하자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모르는 게 있습니다. 선진국들이 데이터를 공개했다고 하지만 산업화할 수 있는 자료는 내놓은 게 하나도 없습니다. 자신들이 애써 밝힌 비밀을 그냥 내놓는 마음 좋은 나라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결국 우리 자신이 하나하나 풀고 축적해나가야 한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가적으로는 이번 컨소시엄에 한국이 참여함으로써 적은 예산으로 모든 자료를 획득할 수 있었던 것에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연구결과를 공개해 국내 연구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한국 유전체연구의 발전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무엇입니까. ▲유전체 분야는 새로운 학문적 패러다임을 필요로 합니다. 우선 대량의 유전자 정보를 확보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런 정보를 빠르게 해독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시스템이라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합니다. 이러한 작업들을 일괄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유전체연구센터를 우리도 가져야 합니다. 이런 측면에서는 일본 요코하마에 있는 이화학연구소 게놈과학종합연구센터가 세계최초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일본이 이유 없이 이런 연구소를 만드는 게 아닙니다. 원천정보를 만들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은 곧 국가의 미래를 짓는 것입니다. 당연히 국가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리 게놈 연구 예산은 연간 13억원에 불과합니다. 일본은 우리의 10배가 넘는 돈을 연구에 투입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연구성과가 벌어지고 생명과학의 기술력 격차도 커질 수 있습니다. /정리=최수문기자 chsm@sed.co.kr 사진=류종상기자 용어설명 ◇ DNA = 유전정보를 갖고 있는 물질. 유전자가 실질적 기능을 가지는 염기쌍의 배열이라고 한다면 DNA는 실질적 기능을 가지는 염기쌍과 그렇지 않은 염기쌍을 모두 포함하는 단위다. ◇ 유전자(Gene) = DNA 가운데 단백질을 합성하는 특정 부분. 각각의 유전자의 차이, 즉 염기서열과 크기의 차이에 따라 다른 단백질이 만들어진다. ◇ 염색체 = 생물체의 최소단위인 세포는 핵과 세포질로 구성되는데 세포의 핵에 들어 있는 것이 바로 염색체다. 내부에 있는 DNA 성질에 따라 각각 다른 유전정보를 담고 있으며 사람은 23쌍 46개, 침팬지는 48개라는 식으로 쌍을 이룬 것이 특징이다. ◇ 유전체(Genome) = 한 개체가 가지고 있는 모든 유전물질의 전체, 즉 모든 염색체와 각 염색체 내의 총 DNA를 말한다. 게놈 프로젝트는 그 전체 DNA의 서열을 밝혀내는 작업이다. 입력시간 : 2004-05-30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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