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진 바둑이 소중하다

제6보(101~133)


흑1로 삭감해들어가자 상변의 백진도 형편없이 쭈그러들었다. 검토실에서는 창하오가 곧 돌을 던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었다. 나중에 필자가 창하오에게 물어보았다. “돌을 던질 생각은 하지 않았는가?” “여러 번 했다. 그러나 다른 선수들에게 나쁜 영향을 줄 것 같아서 얼른 던질 수가 없었다.” “던지는 것을 처음 고려한 시점은 언제였는가?” “우변의 접전이 끝난 직후. 이 바둑은 이미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우변 접전에서 실패한 원인은?” “나의 실력 부족이다. 그리고 상대가 너무도 완벽한 수순으로 나를 압도했다. 임선근8단이 이렇게까지 강한 기사일 줄은 정말 몰랐다.” 흑33을 보고 창하오는 비로소 돌을 던졌다. 더이상 두어나가는 것은 상대에 대한 실례라고 여겼던 듯하다. 다음은 임선근과 나눈 문답. “너무도 멋지게 이겼는데 소감은?” “기쁘다.” “창하오의 바둑이 어떻던가?” “한판으로 그를 평할 수는 없다. 오늘의 바둑은 우연히 나에게 유리하게 풀렸을 뿐이다.” 롯데호텔에서 열린 2차전에서는 한국팀이 5대2로 이겼다. 서봉수와 장수영만 패하고 조훈현, 이창호, 유창혁, 최규병이 이겨주었다. 주장 조훈현은 녜웨이핑에게 흑으로 7집반을 이겼다. 폐막식이 끝난 후 창하오는 말했다. “저는 이긴 바둑보다 진 바둑을 소중히 생각합니다. 진 바둑이 주는 교훈이 더욱 크기 때문입니다.” 133수끝 흑불계승.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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