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어떻게 약을 팔아야 할지 막막하네요. 차라리 적당히 줄 수 있을 때가 편했는데…."
리베이트를 받는 의ㆍ약사의 처벌을 강화하는 이른바 '쌍벌죄' 법안이 연말께부터 시행될 것이라는 소식을 전해 들은 한 중소제약사의 영업사원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이번 의료법ㆍ약사법 개정에 따라 앞으로 리베이트 행위가 적발된 의사들은 면허자격 정지 1년 및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 처벌을 받게 돼 영업고리를 잃었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일부 의사들은 아예 제약사 영업사원의 방문을 받아주지 않으면서 몸조심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제약업계의 뿌리 깊은 고질병인 리베이트는 과연 왜 생기는 것일까.
마케팅적 관점에서 살펴보면 의약품은 특수하게 다른 식품과 달리 제조사(제약회사)와 최종 소비자(환자) 사이에 중간 역할을 하는 마케팅매개체(Marketing Intermediary)인 의사가 존재한다. 가령 라면이 먹고 싶은 소비자는 직접 마트에 가서 자기가 원하는 것을 고른다. 제조사(식품회사)의 제품을 소비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는 구조다. 반면 어렵고 복잡한 의약품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의사의 조언이 필수적이다. 처방약 광고가 금지된 우리나라에서는 의사의 처방에 전적으로 의존해 약품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제약사는 이 과정에서 의사에게 뒷돈을 줘가며 자사의 약을 처방하게 하는 손쉬운 영업방식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일선 영업사원들이 쌍벌죄 법안 시행으로 영업환경이 어려워졌다는 것을 느낀다는 자체가 긍정적인 신호다. 쌍벌죄가 기업체질 개선약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리베이트를 대체할 다른 마케팅 수단을 찾기 위해 고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달 초부터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제약협회 공정경쟁규약에는 약품설명회 개최, 10만원 내의 식사접대 등 합법적 마케팅 수단이 명시돼 있다. 근본적으로는 타 경쟁사보다 효과가 뛰어난 약물을 만든다면 명의 소리를 들으려는 의사들의 처방을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제약업계는 새로운 리베이트 수단을 찾는 데 고심하기보다는 이번 쌍벌죄 시행을 체질개선의 기회로 삼아 절감된 판촉비를 연구개발(R&D)에 적극 투자해 매출대비 R&D 투자 비율을 선진 제약사 수준인 15% 이상으로 끌어올릴 장기비전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