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인 12일 케네스 루이스(61) 뱅크오브어메리카(BoA)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단호히 리먼브러더스 인수를 포기했다. 리먼의 부실이 얼마나 깊은지 알수 없었고, 요로에서 들려오는 정보에 의하면 헨리 폴슨 미 재무부 장관이 리먼에 구제금융을 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리먼은 파산으로 갈수 박에 없었다. 일요일인 14일, 루이스 회장은 메릴린치의 존 테인 회장겸 CEO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메릴린치를 인수할 의향이 없느냐는 내용이었다. 루이스 회장은 즉시 '프로젝트 알파'라고 이름을 붙여 메릴린치 인수협상에 들어갔다. 뉴욕에서 루이스는 테인과 한시간여 만나 원칙적인 내용을 들었고, 두 회사의 협상단은 무려 11시간의 마라톤 협상을 벌여 BoA의 메릴린치 인수에 합의했다. 메릴린치는 지난해부터 발빠르게 자산상각에 나섰다는 점에서 그에겐 인수할만한 회사였다. 루이스 회장의 매릴린치 인수는 전광석화와 같이 전격적인 사변이었다. 루이스 회장은 메릴린치 인수를 통해 신용카드, 자동차 대출 등 소매금융 전분야에서부터 채권ㆍ주식 영업 및 자산관리에 이르기까지 거대 금융기업을 탄생시켰다. BoA는 미국 전체 예금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1조9,000억달러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지점이 6,100개, 소매고객은 5,900만명에 달한다. 게다가 미국 최대 카드발행사이자 모기지 대출업체이기도 하다. 여기에 메릴린치의 고객자산 2조5,000억달러, 금융전문가 2만명이 더해지는 것이다. 루이스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메릴린치는 투자 은행(IB) 이상의 존재이며 세계 최고의 자산관리 회사"라고 평가하고, "두 회사의 결합으로 금융서비스 및 국제적인 영업망에서 경쟁자가 없는 기업이 탄생할 것"이라고 인수의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지난 7월에도 미국 최대 모기지회사인 컨트리와이드 파이낸셜을 40억 달러에 인수했다. 루이스 회장은 누구도 모기지 사업에는 선뜻 손을 대지 않으려 하는 상황에서 컨트리와이드를 인수했다. 그는 시불가실(時不可失ㆍ좋은 기회는 한번 지나가면 다시 잡기가 어려움)'을 강조하며 지금이야말로 모기지사업을 벌일때라고 주장했다. 씨티그룹과 JP모건을 제치고 미국 최대 상업은행으로 올라선 BoA는 컨트리와이드 인수로 미국 최대의 주택 대출업체가 됐고, 메릴린치마저 사들이면서 명실상부한 종합금융회사로 부싱한 것이다. 그가 기회가 오면 절대로 놓치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2001년 BoA 회장 취임 이후 7년의 재임 기간에 인수를 성사시킨 금액이 1,600억달러에 달한다. 2003년엔 당시 뉴잉글랜드 지역 최대 은행이었던 플릿보스턴 파이낸셜을, 지난해 7월에는 자산관리 사업 확대를 위해 US트러스트코프를 33억달러에 인수했다. 루이스 회장은 1947년 미국 중부 미시시피주 머리인시에서 군인인 아버지와 간호사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10살 때 부모님이 이혼했고, 12살 때부터는 넉넉지 못한 집안사정 때문에 주유소, 제강공장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 스스로는 "어렸을 적 찢어지게 가난하지는 않았다"고 밝혔지만, 휴 맥콜 전 BoA 회장에 따르면 루이스 회장은 찢어지게 가난했으며 배가 고팠던 만큼 더욱 노력했다. 조지아주립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후 1969년 BoA의 전신인 노스캐롤라이나 내셔널뱅크(NCNB)에 대출심사관으로 입사했다. NCNB는 선택한 이유는 "큰 꿈이 있는 회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언젠가는 높은 자리에 오르리라는 열망을 불태우곤 했다"고 말했다. 그는 차근차근 커리어를 쌓아나가 2001년 맥콜 전 회장의 자리를 이어받았다. 회사의 확장을 꺼렸던 전임자와는 달리 적극적인 M&A를 통해 덩치를 불려나갔다. 미국의 100대 금융서비스 기업들을 대표하는 이권단체인 파이낸셜서비스라운드테이블(FSR)의 스티브 바틀렛 CEO는 루이스 회장을 "전략적으로 사고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바틀렛 CEO는 "루이스 회장은 항상 2~5년 후를 생각한다"고 말했다. 루이스 회장은 말을 아끼기로 유명하다. 그는 지난 16일 CNBC방송에 출연해 테인 메릴린치 CEO과 전화통화한 내용을 소개했다. 테인 회장이 루이스에게 "우리가 (인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때가 되지 않았습니까"라고 운을 떼자, 루이스 회장은 "그렇죠"라고 짧게 대답하고 말았다는 것. 개인적인 의견은 거의 입 밖으로 내질 않는다. 최근 들어 메릴린치 인수로 그 어느 때보다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도, "내가 앞으로 퇴직 전까지 다른 인수협상을 벌일지는 잘 모르겠다"고 밝힌 게 전부다. 2007년 타임지가 루이스 회장을 포함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을 발표하며 파티를 주최했을 때 그는 참석하지 않았다. "나는 파티 체질이 아니다"라고 말할 만큼 특별히 사교적이지는 않은 성격 때문이었다. 루이스 회장은 종종 차갑다는 말을 들을때면 "난 그냥 조용하고 듣기를 좋아하는 것 뿐이지 차갑지는 않다"고 항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루이스 회장의 과제는 공룡처럼 비대해진 BoA를 어떻게 이끌 것인지 여부다. 지난 2007년 BoA IB부문의 실적은 좋은 편이 아니었다. 루이스 회장 스스로도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일을 벌이다 보니 이도 저도 아닌 측면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올해 61세인 루이스 회장은 지금처럼 최전선에서 BoA를 이끌 날이 몇 년 남지 않았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토니 플래드 경영학교수는 "그의 마지막 작품은 지금까지의 성과를 융합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BoA는 그 어느 때보다도 흉흉한 금융위기를 거쳐 1년 뒤, 2년 뒤에도 지금처럼 우뚝 서고, 루이스 회장은 월가의 전설로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 수 있을까. ● 케네스 루이스 약력 ▲ 1947년 미 미시시피주 머리디언시 출생 ▲ 1969년 조지아 주립대학 경영학과 졸업, NCNB(BoA 전신) 입사 ▲ 1977년 NCNB 해외뱅킹 부문 매니저 ▲ 1993년 NCNB가 인수한 네이션스뱅크 사장 ▲ 2001년 BoA 회장 겸 CEO 취임, '올해의 은행가' ,' 최고의 CEO'로 선정 ▲ 2007년 타임지가'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