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위안화 절상·달러화 절하 간접 유도… 美·中도 긍정적

“환율 언급 없이 불균형 해소” 명분-실리 두 토끼 잡기 포석



‘4% 룰’ 공동선언문 채택땐 “갈등 조율” 한국위상 높아질 듯 정부가 G20 회원국들에게 경상수지 폭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4% 이내로 하자고 제안하게 된 것은 예민한 환율문제를 가급적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환율에 따른 글로벌 불균형을 해소하자는 뜻으로 해석된다. 명분과 실리,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포석이다. 정부는 이번에 제시할 ‘4% 룰’이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G20 회원국들에게 공감대를 얻을 것이라는 낙관적 견해를 갖고 있다. 주권 침해 문제로까지 비쳐질 수 있는 각국통화 가치 문제를 다자간 협상에서 합의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만큼, 모두가 죽을 수 있는 ‘치킨게임’에 나서기보다 현실적인 타협안을 찾는 게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생각에서다. ‘제3차 세계대전’으로 까지 일컬어지며 벼랑 끝까지 몰릴 것만 같았던 주요국간 갈등이 최근 들어 진정될 기미를 보이는 것도 정부의 앞날을 밝게 하는 부분이다. ◇왜 ‘4% ’인가 =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ㆍ적자 ‘4% 룰’은 무엇보다 각국이 수용가능한 목표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정부는 G20회원국별 경상수지의 시계열적 분석을 국제통화기금(IMF)에 의뢰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4% 기준이 설득력을 갖는다는 판단을 했다. 현재 중국의 경우 2015년이후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국내총소득(GDP)대비 4% 이하의 흑자로 전망하고 있다. 이강 중국 런민은행 부총재는 최근 IMF 연차총회에서 “중국은 앞으로 3~5년동안 GDP의 4% 이하로 경상수지 흑자를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내수중심 성장전략을 밝힌 중국 지도부의 입장도 긍정적이다. 미국의 경우는 경상수지 적자가 계속 증가해 2014년 GDP대비 5.4%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이후 감소세로 돌아서 2015년에는 3.5% 수준의 적자가 될 것으로 IMF는 전망하고 있다. 여타 회원국들의 경우도 대부분 GDP대비 경상수지 비율이 2014년까지는 4% 안쪽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각국 정부의 예측대로 라면 4%룰은 충분히 근거를 가진다”며 “선진국간 대외불균형이 심했던 1980년대 중반에도 미국, 중국, 독일, 일본의 경상수비 규모는 GDP대비 4%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결국 ±4% 수준은 경상수지 흑자국이든 적자국이든 모두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수용가능한 수준이라는 판단을 우리 정부가 한 셈이다. ◇‘경상수지 조정’ 각국에 입장전달 마쳤다=정부는 경상수지를 조정하겠다는 안을 이미 지난 9월 윤증현 재정부 장관의 8박12일 해외순방 이전에 내부적으로 정하고 각국에 비공식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윤 장관은 수 차례에 걸쳐 언론에 전략적으로 정부의 이 같은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윤 장관은 지난 9월 파리에서 로이터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오픈 포럼인 G20 특성상 특정국가의 환율에 관해 논의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우리 정부가 환율 문제를 아예 다루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지만 사실은 환율을 직접 거론하지 않고도 실리를 얻을 수 있다는 정부의 생각이 드러난 발언이다. 이후 우리 정부는 “G20 의장국으로서 환율논의를 중재하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할 것”(윤 장관, 5일 국정감사)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환율 문제 등 국제공조를 논의해야 한다”(이명박 대통령, 7일 서울국제경제자문단 간담회) “나라마다 입장이 다르지만 우리는 의장국 역할을 다할 것이며 여러 대안이 있다”(윤 장관, 19일 국감) 등 수 차례에 걸쳐 환율문제를 조율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간접적으로 밝혀 왔다. ◇실질적인 ‘환율전쟁’ 휴전선언문 될까=그러나 이 같은 정부의 야심찬 중재안이 과연 피도 눈물도 없는 환율전쟁의 휴전선언문이 될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환율과 경상수지 간에는 더할 나위 없이 밀접한 관계가 있지만 환율만이 무역불균형의 전부로 보기에는 너무 무리라는 견해도 있다. 미국의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최근 “위안화가 25% 절상되면 미국의 대중국 경상수지 적자가 500억~1,200억달러 줄고 일자리는 50만개 늘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3,000억달러에 육박하며 GDP의 5.96%를 차지하는 마당에 미국의 분석대로라도 위안화를 25%나 절상시켜 1,000억달러를 줄여야 겨우 4%의 커트라인에 맞출 수 있다. 물론 중국이 이를 실행할 지도 여전히 미지수다. 최근 다소 유연해졌다고 하지만 중국 지도부는 여전히 환율을 건드릴 뜻이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미국이 말하는 환율-경상수지 관계와 중국이 보는 입장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환율갈등이 11월 미국의 중간선거 등 정치적 변수와 연결돼 있고 서울 정상회의에서까지 합의를 보지 못할 경우 주요국들이 극단적으로 행동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4% 룰’은 현재로서는 받아들여질 여지가 더 많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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