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중국에 심는 한국기업의 혼(현대ㆍ기아차편)] 1. 링따오들은 현대차 질주 배워라

중국의 수도 베이징시 북동부지역에 위치한 `베이징현대기차유한공사`. 베이징 시내에서 1시간을 차로 달려 이곳에 도착하니 말끔하게 세워진 공장 전경이 두 눈에 가득 들어온다. 공장 안에 들어서자 말끔하게 단장된 초현대식 생산라인에서 `쏘나타`가 쉴새 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중국 정부로부터 정식비준을 받기 전인 지난해 10월초 이곳에 들렸을 때 보았던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건물과 전혀 쓸모 없는 고철덩어리에 불과했던 트럭 생산라인`이 이같이 바뀔 수 있을까.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예전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이 공장이 `현대차`로 새 옷을 갈아입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2개월. 지난해 10월 18일 현판식을 갖고 전면 개보수 작업에 들어가 12월 23일 쏘나타 1호차가 나오기까지 65일 밖에 소요되지 않았다. 장쑤성 옌청시에 있는 `둥펑위에다기아기차유한공사`의 변신 속도도 베이징현대기차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 기존 프라이드 생산설비를 합리화해 현대적인 공장으로 바꾸는데 2개월 걸렸고, 1년도 채 안돼 연산 5만대를 생산하는 공장으로 탈바꿈해 `천리마 돌풍`을 일으키는 본산지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은 현대ㆍ기아차의 이런 변모에 대해 “우리는 결코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입을 다물지 못한다. 심지어 “현대가 아닌 다른 어떤 누구도 이렇게는 하지 못할 것”이라고까지 추켜 세운다. `쏘나타`, `천리마`가 대륙을 거침없이 달리는 것 이상으로 `현대ㆍ기아차=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기업`이라는 인상을 강렬하게 심어 주고 있다. 중국인들이 현대ㆍ기아차에 대해 가장 주목하는 부문은 바로 `강한 추진력`이다. 그것도 마냥 `밀어붙이기`식의 `무대포`가 아니라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에다 속도까지 겸비한 `계획 있는 돌파력`에 감복하고 있다. 장치강 베이징현대기차 대리점 사장은 “폐허나 다름없는 공장을 2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새롭게 개조하는 모습에서 현대의 강한 추진력을 느꼈고, 그 이후 앞을 내다보고 계획 있게 일을 추진하는 현대차의 행보를 바라보며 역시 세계적인 기업답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밝혔다. 옌청 시민인 쉬즈룬씨는 “프라이드와 천리마는 옌청시의 자존심이자 자랑”이라며 “무엇보다 1년도 안된 기간동안 천리마를 5만대 생산, 판매한 것은 기아차의 저돌성과 중장기적인 계획이 있었기에 이루어 진 일”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정부도 현대ㆍ기아차를 높이 평가한다. 무엇보다 `현대 속도`와 `현대 의식`에 대해서는 중국이 배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고위 관료들이 공식 회의 석상에서 “링따오(領导ㆍ지도자)들은 현대의 속도를 배워라. 모든 국영기업들이 `베이징현대`처럼 하면 부실에서 벗어나 경영을 정상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종종 거론하는 것은 현대ㆍ기아차가 중국진출이후 보여준 행보가 이들에게 얼마만큼 강렬하게 비춰졌는지를 잘 알게 한다. 베이징시 고위관리는 “짧은 기간에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베이징현대기차는 노창개조(老廠改造)`의 전형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교육장”이라며 “`안되면 되게 하라`는 현대 정신과 의식을 베이징시 관료들이 공유하도록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쏘나타`와 `천리마` 품질에 대한 중국인들의 높은 신뢰도 현대ㆍ기아차가 중국대륙에서 `쾌속질주`하게 만들고, `중국과 함께 동반자`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쏘나타 1호차 주인공인 류중화씨는 “주변 사람 모두가 쏘나타는 성능이 우수한데다 가격, 디자인, 서비스 등이 경쟁차종에 비해 뛰어나다고 말한다”며 “무엇보다 세계적인 명차인 쏘나타를 만드는 회사가 베이징에 있고, 이 회사가 중국과 함께 발전할 회사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진출 1년. 현대ㆍ기아차가 광활한 대륙을 거침없이 누비며 `저돌적인 돌파력`, `최고 품질`, `중국 자동차 산업 발전을 견인할 동반자`라는 인식을 뿌리 깊이 내리고 있다. "중국 국민들이 꼭 타고 싶은 최고車 만들것" 정몽구 회장 중국 사업관 “중국 국민들이 꼭 타보고 싶은 최고 품질의 자동차를 만들겠다.”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의 중국 사업 출사표이자 현대ㆍ기아자동차가 중국에서 그리고 있는 경영목표다. 정 회장은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한 달에 한 번 꼴로 중국을 방문, 중국 사업을 직접 챙기고 있다. 정 회장의 행보는 단지 중국 시장에서의 성공 염원만 담겨 있는 것이 아니다. 중국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글로벌 톱5 기업`으로 가는 일정을 앞당기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내포돼 있다. 정 회장이 “베이징현대기차유한공사와 동펑위에다기아가 고객들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중국의 대표적인 자동차회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돕겠다”고 공언한 것은 `중국과 손잡고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를 만들겠다`는 정 회장의 집념이 어느 정도인지를 잘 보여준다. 정 회장은 이 구상을 구체화하기 위해 “전세계시장에서 검증된 최고의 모델을 중국시장에 지속적으로 내놓으라”고 강조하고 있다. 현대ㆍ기아자동차가 대표 모델인 `쏘나타`와 `엑센트(천리마)`로 대륙시장 공략에 시동을 건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현대ㆍ기아자동차는 정 회장의 주문대로 중국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또 아반떼XD를 필두로 한 후속모델을 내년부터 잇달아 내놓고 시장공략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중국 고객이 원하는 신제품을 계속 선보이겠다”는 정 회장의 특명이 하나하나 열매를 맺어나가고 있다. “업무처리 빠르고 효율적” ●중국인이 본 현대車 - 천레이 베이징현대기차 생산부장 “빠르고 효율적이다.” 현대차에 대한 첫 인상이자 지난 1년 동안 베이징현대기차에 근무하면서 느낀 변함없는 믿음이다. 이렇게 느낀 것은 우선 어느 누구도 해 낼 수 없을 것으로 여겨졌던 일들을 현대차가 하나하나 풀어나가고, 그것도 빠른 속도로 차질없이 해내는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지난해말 2개월이라는 짧은 기간동안 생산 설비를 교체하고 쏘나타 1호가 출고되도록 한 것은 우리에게는 충격적인 것이었다. 또 중국에 파견된 주재원들이 불철주야 노력하며 지속적인 설비개선을 통해 생산성을 높여 나가는 모습은 중국 근로자들에게는 불가사의한 일로 여겨졌다.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현대차의 진지하고 효율적인 일 처리가 신기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았고,`과연 인간이 못해낼 것이 없다`는 생각까지 들게 만들었다. 이것이 바로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현대정신`이라는 사실을 절실히 느낀 것이다. 관리가 엄격하다는 것도 인상적이다. 현대차는 분명한 기준설정을 통해 업무태도 등을 엄정히 평가한다. 이런 관리방식은 솔직히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국측 관리자도 관리가 엄격하지 않으면 효율적인 업무추진이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현대차의 선진관리기법을 이용해 관리수준을 높여나가고 있다. 인간적인 측면도 우리를 감동시키고 있다. 모두가 퇴근한 야밤에 관리자들이 공장에 남아 잔업을 하는 현장근로자들을 위로하고, 근로자들의 불편 사항을 우선적으로 해결해 주는 것은 근로자들의 사기를 높이는 촉매가 됐다. 직원들에 대한 세심한 관심이 업무로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만든 것이다. 문화적인 차이로 업무를 추진하다 보면 모순이 있기 마련이지만 현대차의 진지한 업무처리와 추진력에 더해진 인간적인 배려는 서로의 오해를 극복하고 베이징현대를 살찌우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베이징=고진갑특파원 g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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