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형 펀드의 환매 행진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달 시작된 펀드 자금 순유출은 21일째 지속돼 지난 2007년 3~4월 최장 순유출 기록에 겨우 하루가 부족한 상황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3일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570억원이 순유출 됐다. 지난 7월 16일부터 8월 13일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간 것이다. 전문가들은 증시 회복에 따른 펀드 환매는 불가피 하며, 환매 추세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본다. 기존 원금 회복 펀드뿐만 아니라 코스피 지수 1,600선 이상에서 유입돼 ‘환매 대기’ 중인 펀드 규모가 40조원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체로 환매 규모나 성격이 증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자금 유출 당분간 이어진다 = 2007년 지수가 고점을 기록한 후 국내 주식형 펀드의 자금 순유출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당시의 환매는 손절성 매도로 규모가 크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들어 환매의 강도는 세지고 있다. 요즘의 자금 유출은 어느 정도 수익을 올린 투자자들이 수익실현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게 펀드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이다. 동양종금증권 김후정 연구원은 “지수대로 보면 1,300~1,400선에서, 기간으로 보면 3~5년 정도 투자한 적립식 펀드투자자들이 펀드에서 원금이 회복되거나 일부 수익이 나자 환매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환매 대기중인 자금도 많다는 점이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지난 2002년 6월~2009년 4월 지수대별 펀드 유입 규모를 분석한 결과 1,600선 이상에서 유입된 자금 규모가 총 44조원으로 전체의 52%에 달한다. 증시가 꾸준히 상승해 1,600선을 돌파하고 올라가면 언제든지 매도 가능한 자금이다. ◇펀드 환매의 증시 영향력은 미미= 환매 추세는 당분간 이어진다 하더라도 증시 영향력은 미미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순유출 규모가 전체 주식형 펀드에 비해 크지 않다. 지난 21일 동안 환매된 금액은 1조 5,214억원이다. 이는 국내주식형 펀드 순자산금액 71.2조원의 2.1%에 불과한 금액이다. 더욱 중요한 점은 펀드에서 나가는 자금 못지 않게 들어오는 자금도 풍부하다는 점이다. 펀드의 손바뀜이 활발하게 일어나면서 자금의 성격이 좋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10월 이후 올해 8월 13일까지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순유출된 자금은 3조2,685억원. 이 기간 동안 빠져나간 자금은 15.2조, 들어온 자금은 12.2조다. 현대증권 오성진 WM센터장은 “순유출 금액보다는 전체적인 펀드 자금 흐름을 봐야 한다”며 “신규로 유입된 자금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오히려 펀드의 자금 성격은 증시 추가 상승에는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 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간다 하더라도 그 자금이 고객예탁금, 직접 투자 등의 형태로 증시를 떠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증시에는 우호적이다. 외국인들의 매수세 역시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펀드 환매로 인한 기관들의 매도물량을 받쳐줄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증권 오대정 WM파트장은 “원달러 환율이 추가 하락의 여지가 있는 데다가 외국인들의 위험자산 선호심리도 호전되고 있어 국내 증시 매수세는 이어 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