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의 백34가 검토실의 찬탄을 불러일으켰다. 보면 볼수록 묘미가 있는 고수의 행마였다. "은근하면서도 다목적인 수야. 이세돌이 과연 고수로군."(김인) 박영훈이 장고에 들어갔다. 우변 상하에 약한 백돌이 있어서 내심 흐름이 괜찮다고 생각한 박영훈이었다. 그런데 막상 공격을 하려니 좀처럼 위력적인 공격수가 떠오르지를 않는다. 참고도1의 흑1이 공격의 급소이긴 하지만 백2 이하 10(7은 2의 자리)까지 되고 나면 더 이상 공격이 먹히지 않을 것 같다. 장고 15분. 박영훈이 찾아낸 수가 흑37이었다. 이 수를 본 윤성현9단이 사이버오로 해설란에 올린 글자는 딱 한 글자였다. "헉"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뜻이었다. 빈삼각은 아니지만 빈삼각과 거의 비슷한 이 무식해 보이는 수를 절정 고수인 박영훈이 15분의 장고 끝에 반상에 올려놓은 것이다. "으음. 과연…." 신음과 함께 뇌까린 사람은 서봉수9단이었다. 그는 어느 틈에 검토실에 들어와 윤성현의 뒤에 서있었다. 흑37은 얼핏 찾아내기 힘든 우형의 묘착이었다. 백은 38로 받는 정도인데 그때 안형의 급소인 흑39를 선수로 활용한다는 것이 박영훈의 의도였다. 흑47은 백더러 어서 한 수 보강하여 살라는 일종의 협박이다. "손을 빼도 잡히기까지야 않겠지만 많이 시달릴 겁니다."(윤성현) 참고도2의 백1도 탐나는 자리지만 흑에게 2, 4로 압박당하는 것이 너무도 아프다. 어떤 식으로든 보강을 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