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강우석 "투캅스, 또 하려면 하늘에서 아이디어 떨어져야…"

[인터뷰] 영화 '강철중'으로 위기의 한국 영화 구원투수 나서



강우석 "투캅스, 또 하려면 하늘에서 아이디어 떨어져야…" [인터뷰] 영화 '강철중'으로 위기의 한국 영화 구원투수 나서 한국아이닷컴 모신정 기자 msj@hankooki.com 사진=이혜영 기자 "내 평생 영화에서 사회 현실에 대한 비판은 계속 할 겁니다." '투캅스' 시리즈, '실미도', '공공의 적' 시리즈의 강우석(47) 감독이 돌아왔다. 2편에서 검사로 활약했던 '공공의 적' 시리즈의 강철중을 6년 만에 다시 형사로 불러 낸 '강철중; 공공의 적 1-1'편으로 2008 하반기 한국 영화 부활의 선봉에 선다. 강우석 감독은 "일반 관객들의 웃음 강도가 계산된 대로 딱딱 맞아 떨어진다. 더도 말고 500만 관객은 들어줘야 제작하며 본 손해를 조금이라도 만회할 수 있다. 그 이하면 큰 일 난다"며 너털웃음을 웃었다. 영화 '공공의 적' 시리즈와 '실미도', '한반도'를 통해 대한민국이 처한 사회적 현실을 꾸준히 영화에 반영해 온 강우석 감독은 "나는 사회 병리현상에 굉장히 관심이 많다. 그걸 영화에 녹여낼 때 가장 신이 난다. 영화만이 다룰 수 있는 가상의 세계 같은 건 영 재미가 없다. 앞으로 영화를 만들 때도 큰 줄기는 변함없을 거다. 현실 정치를 제대로 비꼰 재미난 코미디 한 편도 생각 중이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공공의 적' 1편에 비해 폭력성이 상당히 배제됐다. 스릴도 덜한 것 같고. ▲ 1편에선 이성재가 자기 부모를 살해한다. 증거 인멸을 위해 밀가루도 뿌리고. 얼마나 엽기적인가. '강철중'은 엽기적이거나 센 코드를 배제했다. 그 대신 유머를 넣었다. 고등학생들이 칼 들고 설치기 때문에 무척 세게 만들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걸 과연 성인 영화로 가져가야 하나라는 고민이 있었다. 꼭 지금의 아이들에게 이 영화를 보여주고 싶었다. 극본을 맡은 장진과도 처음부터 얘기된 부분이다. 대신 1편에서 더 넣을 수 있었는데 넣지 못 한 상황 코미디를 넣었다. 적과 싸움을 하는 데도 웃음이 나는 라스트는 관객 반응이 최고다. 촬영 당시 스태프들이 매우 우려한 시도였지만 일반 시사를 본 관객들의 웃음 강도는 계산된 대로 다 맞아 떨어져 줬다. - 가장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강철중'에 담았다고 했는데. ▲ '투캅스 2'를 만든 이후 본격적인 장르 코미디를 만든 지 10년이 넘었다. 아직도 내가 웃음을 주는 영화를 잘 할 수 있을까, 유머로 관객을 만날 수 있을까 궁금했다. 그래서 이번엔 아예 '웃음을 준다'고 선언하고 유머로 갔다. 시사회를 본 사람들이 "왜 2편에서 검사로 했냐", "진작 이걸로 하지 그랬나", "웃음은 여전하네"라고 하더라. 잘 돌아온 것 같다. 웃음이든 슬픔이든 관객들이 원하는 영화를 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내게는 있다. - '실미도'의 1000만 관객이든 '공공의 적' 1의 흥행이든 감독 스스로를 뛰어 넘어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을 텐데. ▲ 그런 감정은 십수 년 전부터 가졌다. '강우석 뛰어 넘기'라는 감정 말이다. '마누라 죽이기' 때도 관객들은 열광했지만 감독이 나라니까 '왜 투캅스를 못 넘나'라는 평이 나왔다. 나에게는 굉장히 엄한 잣대를 들이댄다. 그 부담은 이루 말 할 수 없다. 신인 가수 콘서트 가는 것과 조용필 콘서트 가는 기대치는 다르겠지. 물론 내가 조용필 선배처럼 거물이라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는 굉장히 험한 잣대를 들이댄다는 거다. 웃음을 추구하면 그래 '너 한 번 살아있나 보자', '어떻게 하면 긁어 볼까'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내가 추락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것도 같다. 그래서 영화 안 찍고 싶을 때가 있다. 내가 왜 자꾸 사람들한테 평가받아야 하나. 이미 충분히 누릴 만큼 누렸다. - '한반도'를 보면서 왜 저렇게 사회 현상에 집착할까라는 생각도 했다. '투캅스'처럼 원 없이 웃겨 달라는 바람을 관객들은 갖는다. ▲ 나라는 사람 자체가 사회 현상에 굉장히 관심이 많다. 사회병리현상을 영화로 녹여서 같이 얘기해보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런 영화를 찍고 있으면 굉장히 신이 난다. 가상의 환타지, 영화에서만 존재하는 그런 애매한 세계를 다루는 영화는 나는 못 찍겠다. '강철중'에서 광우병 에피소드도 마찬가지다. 평소에 농민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했고 사회 문제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한우를 먹자"는 얘기를 영화에 집어넣었다. 촛불 시위를 예상하거나 현재의 광우병 시국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일반 시사에서 광우병 얘기가 나오면 박장대소와 함께 박수가 쏟아져 나온다. - 영화에서 사회 정의를 얘기하는 것은 감독의 영화관 때문인가, 아니면 감독 스스로가 도덕적인 사람이기 때문인가. ▲ 두 가지 다 해당한다. 나는 스스로를 공인이나 스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나를 그렇게 본다. 나 스스로 기득권자로 많은 걸 누렸다. 영화도 찍을 만큼 찍어 봤고 제작도 마음대로 해봤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매우 행복한 사람이다. 그렇다면 사는 모습이라도 똑바로 여야 한다. 만일 내가 여배우와 스캔들이나 내고 여자 나오는 술집에 다니고 한다면 바로 소문난다. 그리고 그런 행동은 감독이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짓이다. 나는 제작자로서 돈도 만지는 사람이고 분배도 정확히 해야 한다. 그런 일로는 절대 구설수에 오르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감독으로 제작자로 오래 갈 수 있다. 후배들이 그런 걸 보고 자라줘야 한다. 내가 만일 더티한 짓이나 하고 다닌다면 어떻게 '공공의 적'을 찍겠나. 내가 '공공의 적'이 되는 거지. 사회 현상이나 현실의 시의 적절한 사건들을 영화에 넣는 것은 쉬운 게 아니다. 특히 재미있게 녹여내는 것은 더 어렵다. 하지만 그걸 할 때 내가 가장 신이 난다. 뭔가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 '강철중'에서 시각적인 충격을 주는 방식으로 세게 가고 싶은 유혹을 한 번도 못 느꼈나. ▲ 만일 내가 이번 영화를 충격적으로 만들고 싶었다면 첫 신부터 (정)재영이가 다 하면 된다. 재영이가 칼 들고 설치고 몇 방 날리면 엄청 강해진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이 영화의 유머를 다 희생해야 한다. 유머가 다 죽는다. 이 쪽에서 100을 얻으려면 저 쪽에서 20은 포기해야 한다. 사회적인 현상을 코미디로 풀어내는 놈이 그런 무모한 짓을 왜 하나. 피 튀기고 칼을 직접 몸에 넣는 것 보여주고 시각적으로 짜증나는 장면을 뭐 하러 넣겠나. 감독을 20년 한 놈이면 관객과 이번엔 어떤 코드로 소통할 것인가 하는 것이 이미 다 결정돼 있다. '실미도'에 유머가 있나. 진지하게 가기로 했으면 진지하게 가는 거다. 관객들은 진정성이 있으면 와준다. 1, 2편에서 충분히 보여줬는데 비슷한 걸 또 보여줄 필요가 있겠나. - 강철중 역의 설경구와 악역 이원술 역의 정재영에게 현장에서 요구한 것은. ▲ 경구에게는 초심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공공의 적' 1편 이후 '실미도', '오아시스', '광복절 특사' 등 별거 다했는데 1편 당시 나를 찾아왔을 때 그 마음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드라마는 다 바꿀테니 몸과 캐릭터만 그대로 돌아가라고 했다. 재영이에게는 생전 처음 보는 캐릭터가 나올 테니 시키는 대로 하라고 했다. '악당을 통해 웃겨줄게'라고 했다. 재영이가 '저도 코미디를 하나요'라고 묻더라. 코미디가 무척 셀 거라고 답해줬다. 촬영 첫 날 강당 연설신을 찍는데 너무 얼어서 어쩔 줄 몰라 하더라. 사실 첫 날 그 많은 대사를 시키는 건 무리였지만 혼도 낼 겸 적응도 빨리 하라는 의미에서 밀어 붙였다. 재영이는 영화에 관한 머리와 순발력이 정말 뛰어난 친구다. 좀 더 악하게 가면 안 되냐기에 유머가 죽는다고 말렸다. - 설경구는 강 감독이 아끼는 배우로 소문이 났다. ▲ 배우로서 지나칠 정도로 성실한 친구다. 감독이 생각지 못 한 광기도 부릴 줄 안다. 무엇보다 영화를 하는 동안 사생활이 없다. 영화 말고는 생각을 안 한다. 개인적인 시간을 달라고 하는 법도 없다. 굉장히 열심히 하는 배우다. 집에 있을 때도 운동만 하는 것 같더라. 술 먹자고 나오라고 해도 잘 안나온다. - 함께 하고 싶은 다른 배우가 있다면. ▲ 한석규, 송강호와는 꼭 한 번 영화로 만나고 싶다. 한석규와는 재미있는 코미디로, 송강호와는 아주 센 얘기 한 번 해보고 싶다. - 로맨스물이나 멜로 영화는 관심이 없나. ▲ 정말 잘 할 자신이 없다. 멜로나 로맨스는 남들이 아무리 울어도 나는 시나리오 읽는 순간부터 재미가 없다. 대신 여성이 나오는 영화로는 '마누라 죽이기' 같은 건 잘 할 수 있다. - 제작할 영화를 고를 때 시나리오를 5분 정도 보고 결정하는 걸로 소문이 났다. 시나리오를 고르는 기준이 뭔가. ▲ 이 시나리오가 나를 집중하게 하느냐 아니냐다. 내가 이 시나리오가 궁금해서 계속 책장이 뒤로 넘어 가는가 아닌가로 판단한다. 내가 영화를 어떻게 흥행시켰겠는가. 나는 관객과 매우 밀접하게 붙어있는 사람이다. 자부한다. 다만 현실의 트렌드가 아닌데 나만 좋아하면 실패했다. 또 책은 좋았지만 안 보고 싶은 영화도 실패였다. 나는 영화를 고를 때 책을 보고 미는 경우와 사람을 보고 미는 경우 두 가지로 선택한다. 이창동 감독은 남들이 뭐라 해도 그 사람이 좋다. 또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 같은 영화도 무조건 민다. 영화를 돈만 보고 하면 안된다. 영화로 번 돈은 영화로 까먹을 수 있는 거다. 돈벌이만 보고 영화를 했다면 아마 갑부가 됐을 거다. - '실미도' 때 감독이 "1000만 간다"고 하니 정말 1000만 관객이 되더라. 그런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나. ▲ 나는 일단 저질러 놓고 수습한다. 제작을 다 결정해놓고 돈 구하러 다닌다. 좀 무모할 정도로 하는 편이다. '실미도'를 절반 찍는 순간 '관객들이 정말 좋아하겠다'는 느낌이 왔다. 안성기 선배가 자살하는 장면을 찍자 "이건 천만이다"라는 느낌이 왔다. 스태프들에게 그 때 이야기 했다. 어찌 보면 지나친 자신감일 수 도 있지만 그래도 확신했다. 성격이 급하고 추진력이 강하기 때문일 거다. - '한반도' 때도 흥행을 자신하지 않았나? ▲ '한반도'가 400만 관객이 좀 넘게 들었는데 아마 '괴물'이 따라붙지 않았다면 500만은 거뜬히 넘겼을 거다. '한반도'는 이런 우려가 있었다. 이념 영화로 비쳐서는 안됐는데 그렇게 비친 면이 있다. 기자들이 영화평은 안 쓰고 "이런 영화 만들면 안된다"고 쓰더라. 아니 노무현 정권에게 당한 걸 왜 나한테 한풀이 하나? 영화가 현실 정치와 맞물리는데 아주 돌아버리겠더라. 보수 언론에서 씹어대는데 영화 하나가 이렇게 씹힐 수도 있구나 했다. 관객들 반응은 좋았다. - 앞으로도 영화에서 사회 현상을 다루겠다는 의지는 변함없나? ▲ 앞으로도 큰 줄기는 변함없을 거다. 사극을 해도 과거에 있었던 사건을 다룰 거다. 내후년쯤에는 현실 정치를 비트는 코미디 한 편을 만들 생각이다. 아이디어도 그런 쪽만 떠오른다. 주변 사람들이나 시나리오 작가도 그런 것만 하자고 한다. 고급 멜로는 책이 있어도 나한테 안 보여 준다. - '투캅스3'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나? ▲ 안성기 형이나 중훈이가 자꾸 하자고 하는데 아마 하늘에서 아이디어가 떨어지지 않는 한 어려울 것 같다. 사실 나는 '공공의 적' 시리즈가 더 당긴다. 요즘으로 말하면 둘 다 1000만 관객짜리인데 내가 그 흥행을 부담하고 다시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부담스럽다. '공공의 적'은 공공의 적만 찾아내면 명쾌한데, '투캅스'는 너무 힘들어서 김상진한테 줘버린 거다. 하긴 아직도 케이블에서 시청률이 나온다니 말 다했지. - '강철중'의 상영이 마무리된 뒤 차기 계획은 무엇인가. ▲ 시네마서비스를 원위치 시키는 작업이 가장 급선무다. '강철중'과 '신기전'이 어느 정도 흥행해줘야 회사 부채를 정리하고 다시 투자와 제작에 힘을 실을 수 있다. 시네마서비스 복원 사업이 가장 시급하다. • 강우석 "투캅스3? 너무 어려워 하기 힘들다" • '쇠고기 정국'에… '강철중' 경찰시사회 NO! • 첫 악역 정재영 "사업가·깡패 내 안에 다 있죠" • 스타감독들 페르소나 여름 '흥행빅뱅' • 설경구에게 정재영은 '마이너스의 손(?)' • 너무 성실한 나머지… 설경구는 3無 배우? • 터프 설경구 vs 코믹 송강호 vs 진지 황정민 • 설경구 '백 투더 강철중' 아~ 쉽지 않네! • '공공의 적' 촛불시위 유행어 됐다! 우연? • 6월 극장가 특명! '전편의 아성 뛰어넘어라' • 설경구 "촛불집회 앞장 고교생 든든해" • 美쇠고기 사태 예견? 강우석 감독 '대박조짐' • 강우석 감독, 장진영·박진희와 '무슨 인연?' • 강우석 감독 '강철중' 부활에 목숨 걸었다 • '티켓파워' 배우 설경구 보다 감독 강우석? • 강신일 "암선고 후 최악까지… 숨쉬는 한은.." • '망가진' 김태희 때문에 설경구도 망신(?) • 설경구 "김태희와 베드신이… 아~ 나의 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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