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이 2단계 방카슈랑스의 연기 가능성을 재정경제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힌 것은 방카슈랑스 도입 후 발생된 부작용과 2단계 강행시 예상되는 파장을 금융당국도 인지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윤 위원장의 이날 발언으로 보험업계에는 기대감이 감돌고 있지만 실제로 2단계 방카슈랑스의 연기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재경부가 금융감독위원회와 협의에 나설 의향이 있음을 비췄지만 이미 시행 중인 보험업법 시행령을 수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게다가 재경부가 보험업계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방카슈랑스 영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은행과 일부 외국계 생보사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위 “각종 부작용 발견”=윤 위원장은 보험업계 사장단과의 간담회에서 “방카슈랑스가 도입된 지 1년이 채 안돼 성급하게 그 성과와 문제점을 말하기는 이르고 지난 1년간 판매과정에서 일면 보험시장과 판매채널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되지만 은행의 우월적 판매지위 남용, 불완전판매, 중소 판매인의 불안 등 문제점이 발견되고 있다”고 말했다.
방카슈랑스 시행 초기 나타난 여러 부작용의 심각성을 감독당국 역시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이어 “방카슈랑스 연기문제는 대국민서비스 차원에서 어떤 것이 가장 효율적인지를 생각해 관계부처와 충분히 협의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보험감독국을 중심으로 2단계 방카슈랑스 시행연기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윤 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감독당국 차원에서 시행연기 가능성을 검토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돼 보험업계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보험업계 “설계사 대량실직 우려”=2단계 방카슈랑스 연기 주장은 은행의 자동차보험 판매로 생존을 위협받게 된 손보업계로부터 시작돼 최근에는 다수 생보사들도 이에 가세했다.
보험업계는 우선 생ㆍ손보사의 주력상품인 보장성 보험과 자동차보험을 은행이 판매할 경우 설계사 및 대리점의 대량실직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생보업계는 2단계 방카슈랑스 강행시 보장성 보험 판매의 50%, 손보업계는 자동차보험 판매의 35%가 은행권에 넘어가 30만명에 달하는 설계사ㆍ대리점 중 30%인 10만여명이 실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 ▦방카슈랑스 제휴를 못한 중소 손보사의 도산위험 ▦은행의 불완전판매와 보험사의 덤핑판매에 따른 보험사의 경영 부실화 등도 우려된다는 것이 보험업계의 설명이다.
◇재경부 “정부정책 신뢰성에 영향”=그러나 보험업법 시행령을 개정해야 가능한 2단계 방카슈랑스 연기는 쉽지 않은 문제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박재식 재경부 보험제도과장은 “금감위의 의견이 오면 진지하게 (2단계 방카슈랑스 연기를) 검토하겠다”며 “그러나 시행한 지 1년밖에 안된 제도를 특별한 문제없이 연기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특히 방카슈랑스 연기는 정부정책의 신뢰성에 타격을 주는 사안인데다 이를 위해 은행과 일부 생보사들은 많은 투자를 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계 생보사의 한 관계자는 “한국정부가 방카슈랑스를 처음 도입할 때도 여러 번 입장을 번복해 경영전략을 짜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며 “더욱이 이미 결정된 사항을 번복한다면 한국 보험시장에서 어떻게 영업을 할 수 있겠느냐”고 불만을 나타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