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1월 26일] 안보 불감증에 빠진 재계

북한이 한국의 영토를 타격해 민간인까지 희생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재계는 별다른 비상 대응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당일 항공 업계가 중국행 비행기의 항로를 수정했지만 이마저도 자체 판단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인천공항 관제탑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 방위산업업체 정도만 비상회의를 소집하는 등 다소 분주히 움직인다. 대부분의 회사들은 그저 환율과 주가 변화에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편에서는 환율이 오르자 보유 외환을 내다 팔아 이익 챙기기에 혈안이다. 심지어 싼값에 주식을 사야 한다며 주식매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국내 외환ㆍ증권시장이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안정을 되찾은 것도 바로 이 같은 기업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자 기업들이 이번 사태를 크게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분위기다. A업체의 한 관계자는 "회사 임원들은 북한 리스크가 터질 때마다 주가 추이 정도에만 큰 관심을 가진다"며 "이번 역시 핵실험이나 천안함 사태처럼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업체들이 이번 사건에 둔감하게 반응하는 것과는 달리 외국 기업들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일본의 소니는 오는 12월 한국에서 진행할 예정이던 부품구매상담회를 연기했다. 혼다자동차도 직원들의 한국 출장을 금지시켰다. 물론 외국 기업들처럼 필요 이상의 대응을 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둔감한 것은 문제다. 만약 글로벌 국가신용평가기관들이 한국에 대한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거나 외국의 투자자본이 떠나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이런 만큼 최소한 이번 사태의 심각성은 제대로 인식하고 정부와 함께 대비책을 확실히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실정이다. 그렇지 않으면 기업들은 더 큰 북한 리스크가 발생해 실제 위기가 닥쳤을 때도 "별 문제 없을 거야"라는 말만 되풀이 할지 모를 일이다. 천암함 사건 때도, 또 이번 연평도 포격 사태에도 늘 "재발시 강력 응징하겠다"는 메시지만 내놓고 있는 정부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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