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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집 마련 언제 해야하나

"외환위기때 같은 급반등 어려워… 더 기다려라"<br>정부, 부동산 시장 살리기엔 아직 정책적 뒷받침 미흡<br>2기 신도시 입주 물량·실물경기 위축 등도 '걸림돌'



부동산 시장을 가늠하기가 어렵다 기존 주택 보유자들은 집을 지금이라도 팔아야 하는지, 매수 희망자들은 지금 당장 집을 마련해야 하는 지 갈피를 잡기가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과거 외환위기 발생 당시 주택 가격과 정부 정책 변화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외환위기 발생 당시 1년 여 동안 집값이 큰 폭으로 하락한 뒤 1년 만에 반등을 시도하는 등 주택 가격이 곧 바로 회복세로 돌아선 점을 감안하라는 지적이다. 다만 이번 경제 위기에도 외환위기와 마찬가지로 1년 만에 반등을 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뒤따르고 있다. 특히 외환위기 당시 정부 정책과 MB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다른 점을 감안할 때 외환위기 때와 동일하게 주택가격을 점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관계자들은 “외환위기 때와 현재를 단순 비교하기에는 정부 정책 차이 등으로 무리다”면서도 “정부 정책 변화 추이를 감안해 주택 매수 시기를 가늠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외환위기 때처럼 1년만에 반등할까?=지난 97년에 발생한 외환위기로 인해 서울 지역 아파트 가격은 외환위기 이후 1년만에 21.36%나 하락했다. 같은 기간 경기 지역의 아파트 가격 하락율은 21.65%에 달했다. 그러나 98년 10월 22일부터 99년 10월 19일까지 서울 지역은 15.26%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경기 지역과 인천도 4.30%올라 반등 대열에 합류했다. 99년 10월부터 2000년까지도 서울 지역은 5.16%의 상승률을 보이면서 2년 연속 상승 행진을 이어갔으며 경기와 인천 지역은 0.44% 하락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결국 서울 지역은 외환위기와 같은 경제위기 상황 발생 1년 만에 다시 반등하고 2년 여만에 다시 집값이 외환위기 발생 이전으로 되돌아가는 흐름을 보인 것이다. 신경희 부동산뱅크 연구원은 “외환위기 당시 사례를 볼 때 서울 지역 아파트는 경제 위기 발생 후 3년 만에 원래 시세대로 돌아가는 경향을 보인 만큼 주택 매입을 고려하는 실수요자 입장에선 서울 지역에 우선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며 “다만 참고할 만한 사례가 과거 외환위기 뿐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경제 위기에도 동일한 흐름을 보일 지는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DJ정부 강력한 부동산 경기 부양책 펼쳐=외환위기 당시 주택 경기가 빠른 속도로 회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DJ정부의 강력한 대책이 자리잡고 있었다. DJ정부는 98년부터 2001년까지 부동산 세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통해 주택 경기를 부양했다. 98년 12월에 시작한 각종 부동산 대책으로는 분양가 자율화를 비롯해 ▦토지거래허가 및 신고제 폐지 ▦신규 주택 구입시 양도세 한시적 면제와 취ㆍ등록세 감면 ▦분양권 전매 허용과 재당첨 제한 폐지 ▦임대사업자 세제 및 금융 지원 등이다. 이는 MB정부가 내놓는 대책보다 훨씬 강력한 정책으로 평가된다. MB정부는 취임 1년여 동안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해제와 전매제한ㆍ대출규제 완화 등 소극적인 것과는 정반대이다. 특히 외환위기 대책중 양도세 면제와 신규 주택 취ㆍ등록세 면제 등 강력한 정책은 아직도 마련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영호 닥터아파트 리서치센터장은 “외환위기와 지금의 부동산 경기의 차이는 정부가 부동산 경기를 살려야겠다는 의지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며 “DJ정부는 부동산을 경기 부양의 촉매제로 활용한 반면 MB정부는 아직까지 부동산 시장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전략을 펼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야 하나, 팔아야 하나=전문가들은 집값 변동의 가장 큰 변수로 정부 정책을 고려한다면 아직은 매수 시기가 아니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과거 외환위기 당시에는 집값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과감한 양도세 감면 등의 조치가 나왔지만 현재는 아직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에는 정책 뒷받침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현재의 금융위기는 미국발 서브프라임사태로 인한 것으로, 아직 실물 경제 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매수 시기를 저울질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대폭 내렸지만 금융권의 대출 금리는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주택 투자 수요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이 같은 전망을 낳게 한다. 김은경 스피드뱅크 팀장은 “최근 낙폭이 과대한 아파트 중심으로 실거주 관점에서 매입한다면 추가 하락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외환위기 때와 같이 주택 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할 가능성이 크지 않은 만큼 매수 시기를 저울질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팀장은 이어 “2기 신도시 입주 물량까지 더해질 경우 아파트 가격의 하락은 당분간 지속된다고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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