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유통가 이사람] 임미란 빕스 압구정점장

"격식·규범보다 고객만족 최우선""직원들이 저보고 잔소리 많이 한다고 시어머니라고 불러요." 푸드빌이 운영하는 빕스 압구정점의 임미란 점장(31)은 외식업계에서 출산 이후 복직해 일하고 있는 유일한 점장이다. 최근 들어 여성 점장이 심심치 않게 탄생하고 있는 외식업계지만 미혼 때는 일을 잘하던 여성들도 아이를 낳고 나면 녹록치 않은 업무량 때문에 퇴사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와중에도 임미란 점장은 출산 3개월만인 지난 4월 다시 복직한 뒤 빕스 최초로 여성 점장에 오르는 억척을 과시했다. 임점장은 "이름 앞에 따라붙는 '빕스 최초'라는 타이틀이 나를 짓누르는 까닭에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주부나 여성이라고 해서 배려를 바라기 보다는 동등한 대우를 받으며 일하겠다는 마음가짐이 한 발 앞선다"고 말했다. 그녀가 이토록 일에 애착을 갖는 이유는 런칭 프로젝트 팀에서 근무하면서 빕스의 탄생을 지켜본 몇 안 되는 멤버중 한 사람이기 때문. 그녀는 당시 빕스 매장에서 사용할 식기를 선택하기 위해 며칠동안 남대문으로 출근하다시피 하며 머리를 싸맸다. 임점장은 "나도 여자인 까닭에 예쁜 그릇에 마음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며 "하지만 예쁜 그릇 보다는 무겁고 투박하더라도 두꺼운 그릇을 사용해야 음식의 온도를 오래 유지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식기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어린이가 있는 가족 고객에게는 안전을 고려, 유리컵 대신 플라스틱 컵을 제공하는 것도 그녀의 아이디어다. 임점장은 이밖에 빕스에서 시행하고 있는 매뉴얼중 '공동 서비스'시스템도 만들어 냈다. 다른 패밀리 레스토랑에서는 한 사람의 종업원이 정해진 테이블을 담당하고 있지만 빕스에서는 복수의 종업원이 여러 테이블을 함께 담당한다. 이 시스템을 도입한 뒤로 손이 비는 종업원이 테이블마다 신속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돼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점장이 된 뒤 그녀의 출근시간은 빨라진 반면 퇴근시간은 더 늦어졌다. 철저한 매장관리를 위해서는 자기의 시간을 줄일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임점장은 "일에 빠져 살다가 명절이라도 되면 며느리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것 같아 남편과 시댁에 미안한 생각이 든다"며 "하지만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을 보면 내 휴일을 양보해서라도 그들의 노고에 보답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우현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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