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업종벽 허물어 금융강국 부상
자본시장 관련법 통합 4년만에 "세계4대 펀드대국"
최형욱 기자 choihuk@sed.co.kr
시드니=신경립기자 kls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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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0대 공항으로 호주의 관문인 시드니 국제공항.
한해 3,000만명에 달하는 이용객들은 시드니 공항에 발을 딛는 순간 호주 투자은행(IB)인 매쿼리의 수익성에 기여하게 된다. 매쿼리 자회사인 매쿼리에어포트(MAP)펀드가 지분을 인수한 뒤 공항 운영으로 돈을 벌어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매쿼리는 시드니뿐 아니라 로마ㆍ브리스톨ㆍ버밍엄 등 전세계 공항에 투자해 매년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
공항투자 등 인프라(SOC)펀드로 차별화에 성공한 매쿼리의 올해 예상 세후수익은 10억달러(이하 호주달러, 약 7,260억원 정도). 지난 2002년(3억달러) 이후 불과 4년 만에 3배 이상 급성장, 미국ㆍ영국의 글로벌 IB들도 이제 매쿼리를 벤치마킹 대상에 올려놓을 정도다.
매쿼리로 상징되는 호주의 자본시장도 최근 무서울 정도로 성장세가 가파르다. 존 오쇼너시 호주 자산운용협회 부회장은 “호주의 국내총생산(GDP)은 8,700억달러 규모로 세계 15위에 불과하지만 펀드 규모는 5년여 만에 두 배 이상 늘어나 6월 말 현재 1조달러를 돌파하며 세계 4대 펀드 대국의 자리를 굳혔다”고 말했다. 주식ㆍ채권ㆍ파생상품 등의 거래규모 역시 2000년 419억달러에서 2004년 현재 824억달러로 급증했다.
이 같은 급성장의 배경에는 90년대 후반부터 호주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해온 금융시장 개혁이 자리잡고 있다. 호주는 의견수렴 등 준비기간을 거쳐 2002년 금융개혁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는 ‘금융서비스개혁법(FSRA)’을 시행했다. 이를 통해 이전까지 회사법ㆍ연금산업법ㆍ퇴직저축법 등으로 나뉘어 있던 자본시장 관련 법률을 하나로 합쳤다. 금융업종간 업무영역의 장벽을 허물어 시장 투명성과 IB를 비롯한 금융 경쟁력을 높이도록 한 것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2008년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는 ‘자본시장통합법’에 해당한다.
오쇼너시 부회장은 “업종간 벽을 허무는 작업에 대한 우려도 많았지만 결국 소비자와 금융기관ㆍ경제 모두에 이익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현재 추세대로 해외자금이 호주 시장으로 유입될 경우 머지않아 호주가 아시아의 주요 금융허브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시아 금융허브’를 위해 노력하는 나라는 호주뿐이 아니다. 선두주자격인 싱가포르와 홍콩은 2002년 증권선물법(SFA)을 제정했고 일본은 ‘금융상품거래법’을 6개월이나 앞당긴 7월4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중국은 금융시장 개방을 앞두고 상하이를 2020년까지 국제금융센터로 육성한다는 ‘3단계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시아 금융허브’ 경쟁에서 한참 뒤처져 있다. 국내 8개 대형 증권사의 평균 자산규모는 6조2,000억원선으로 일본 5대 증권사의 5.7%, 미국 3대 증권사의 0.8%에 불과하다. 골드만삭스 같은 대형 IB의 탄생이 시급한 실정이지만 자본시장통합법도 은행-보험-증권사간 이해대립과 정부 부처간 밥그릇 싸움 등으로 표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황건호 증권업협회 회장은 “은행과 자본시장의 균형 발전, 금융 서비스업의 경쟁력 향상, 투자자 보호 등을 위해서는 자통법이 절실하다”며 “이번에 통과되지 않으면 금융산업과 자본시장 경쟁력은 경쟁국보다 10년 뒤처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입력시간 : 2006/08/01 1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