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 확전추진 갈수록 역풍

■ '부시 독트린' 파장아랍권 강력반발·동맹국도 우려 목소리 잇따라 미국이 테러 전쟁의 확대 정책을 시사하는 '부시 독트린'을 선언하고 나서 국제사회의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미 백악관 관리들이 9일 명명한 부시 독트린은 아프가니스탄뿐 아니라 테러리스트를 관용하는 국가나 단체는 모두 군사공격의 대상이라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는 것으로 미국이 앞으로 대 테러 전쟁에서 초강경 정책을 추진할 것이란 얘기다. 이에 따라 아랍권은 물론 미국의 최대 우방인 영국까지도 확전 가능성에 부정적 견해를 내비치며 부시 독트린이 어떤 형태로 전개될지 불안해 하고 있는 모습이다.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도 9일 "미국이 확전 가능성을 시사하는 서한을 전달해왔다"며 "서한의 내용은 확전을 하겠다는 내용은 없었지만 확전 발언 자체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 부시 독트린 의미 부시 독트린 선언은 지난 9월 11일 뉴욕 테러 참사 이후 테러 전쟁에서 강경과 온건 사이를 왔다갔다 하던 부시 대통령이 강경쪽으로 정책의 가닥을 잡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시대통령은 테러 이후 지난달 중순 가진 의회연설에서 "세계 모든 국가는 테러의 편을 들지, 아니면 미국의 편을 들지 양자 택일해야 할 것"이라고 밝혀 강경정책을 시사했다. 하지만 부시는 이내 테러 전쟁의 전제 요건인 국제 연대 구축에 나서며 온건파인 콜린 파월을 손을 들어주는 쪽으로 선회했다. 즉 부시는 "이번 테러 전쟁은 테러 용의자인 오사마 빈 라덴 제거에 있다"고 강조했었다. 하지만 막상 공습이 시작되자 미국정부는 빈 라덴의 이름은 한번도 거론하지 않고 아프간 외 다른 국가가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연거푸 강조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내 대표적 매파로 꼽히는 폴 월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이 이라크 등도 공격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공공연하고 강조해온데 이어 존 네그로폰테 유엔주재 미 대사는 9일 모하메드 알두리 유엔주재 이라크대사를 만나 "이번 테러사태를 이용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갑작스런 부시 독트린 선언에 대해 부시 행정부가 이번 테러전쟁을 이용해 테러를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여타 아랍국가를 군사공격하기 위한 사전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또 미국이 아프간 동굴 깊숙히 은신해 있을 가능성이 높은 빈 라덴을 잡기 힘들어 빈 라덴을 계속해서 타깃으로 설정할 경우 실패할 확률이 높은 것도 이유로 꼽히고 있다. ◆ 부시 독트린 파장 부시 독트린은 미국이 그동안 힘겹게 구축해온 대 테러 국제 연대를 급속히 와해시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지금까지 국제 연대 결성이 가능했던 것은 뉴욕 테러 용의자와 그 보호세력인 아프가니스탄을 응징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공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이 이라크 등 여타 이슬람 국가로 군사공격을 확대할 경우, 가뜩이나 반미 시위에 몸살을 앓고있는 아랍권의 거센 반발을 불러올 것이 뻔한데다 영국 등 동맹국도 문명충돌 양상 우려 등으로 명분이 약화하며 대 테러전선에서 발을 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9일 미국의 확전 가능성 시사와 관련 "확전 발언 자체가 국제사회에 우려를 안겨주고 있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이에 따라 미국이 확전을 포함하는 부시 독트린을 내놓았지만 국제 연대를 공고히 하지 못할 경우 국제사회의 반발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병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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