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시민 부담만 늘리는 서울시의 혼잡통행료 인상

서울시가 남산 1ㆍ3호 터널의 혼잡통행료를 인상하고 징수지역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혼잡통행료는 강남 지역의 도심진입 교통량을 억제하기 위해 터널 통과시 2,000원씩 걷는 것으로 지난 1996년부터 시행됐다. 그런데 소득수준 향상에 따라 현재 요금으로는 통행량 감소효과를 거두기 어렵게 됐다며 요금을 올리고 나아가 다른 지역에서도 통행료를 걷겠다는 것이 서울시 방침이다. 예컨대 서울의 동ㆍ서ㆍ북부 지역에서 차량이 도심으로 들어오는 것을 줄이기 위해 마포ㆍ서대문ㆍ동대문 등에서도 돈을 받겠다는 것이다. 차량이용자의 부담을 늘려 통행량을 줄여보겠다는 서울시 안은 일견 그럴 듯해 보인다. 그러나 교통혼잡을 명분으로 덮어놓고 통행료를 올리고 징수지역을 여러 곳으로 늘리겠다는 것은 서울시가 시민 부담으로 수입을 올리겠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 높은 기름 값, 주차난 등에도 불구하고 자동차를 이용하는 것은 그만한 사정이 있기 대문이다. 노선과 시간대에 다라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수단의 수용능력도 거의 한계상황에 이르렀다. 교통량억제정책을 펴더라도 효율성을 따져야 한다. 효과는 크지 않은데 시민들의 부담만 늘리거나 교통흐름을 오히려 방해할 수 있는 조치는 안 된다. 남산터널 통행량 추이를 보면 서울시의 인상추진 방침은 이점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우선 올리고 보자는 식이라는 느낌이 든다. 통행료 부과로 남산터널의 통행량은 줄어들기 시작해 2004년 하루 평균 8만5,322대까지 감소했으나 이듬해부터 다시 증가해 지난해에는 9만2,550대로 징수 첫해보다 2.4% 늘었다. 차종별로는 승용차는 줄었고 요금면제ㆍ감면 차량이 크게 늘어났다. 전체 교통량으로 보면 통행억제 효과는 없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통행료를 올린다는 것은 승용차 이용자들의 부담만 가중시키는 것이다. 징수지역 확대도 징수대기에 따른 차량정체 등으로 간선도로의 교통흐름을 오히려 악화시킬 소지가 있다. 서울시는 혼잡통행료의 효과와 부작용에 대해 좀 더 면밀한 분석을 하기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행정, 행정편의주의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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