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불황으로 무차입 경영에 나서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경기가 좀처럼 활기를 찾지 못하면서 투자를 동결시키고 자산을 처분해 차입금을 상환하는 기업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이는 불투명한 경영 환경 아래에서 외형 성장보다는 수익성 위주로 회사를 운영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기업들이 이처럼 소극적으로 회사를 운영함으로써 투자 활력이 줄어들어 결국 국가 경제 성장에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에이스침대는 지난해말 채무 16억8,000만원을 상환하고 무차입경영을 선언했다. 또 지난 해 금융권에서 18여억원을 빌려 썼던 영보화학도 지난 6월 차입금을 상환하고 무차입경영에 들어갔다. 국내 최대 여행도매업체인 하나투어도 지난 2000년 업계 최초로 코스닥시장에 등록한 후 무차입경영을 실현하고 있으며 매년 10% 이상 매출신장을 보이고 있는 봉제완구업체 소예도 돈 한푼 빌리지 않고 운영되고 있다.
올해로 창립 60주년을 맞은 한국도자기는 무차입경영 원칙으로 유명하며 스포츠용 모자 단일 품목으로 1억 달러 어치를 수출하는 다다실업도 30년째 박부일 회장의 무차입경영 의지를 지키고 있다. 이외에도 최근 일진과 합병한 일진전기는 연말까지 저수익 사업 매각 작업을 마무리한 뒤 오는 2006년까지 무차입경영을 실현하겠다고 선언했고 인성하이텍ㆍ루디아 등 중견 직물업체들도 무차입경영을 선언, 모든 거래를 현금으로 하고 있다.
안성호 에이스침대 사장은 “무차입경영에 대한 시각은 여러 가지가 존재하겠지만 빚 없이 사업을 진행하다 보면 경영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줄어드는 것이 사실”이라며 무차입경영 찬성론을 폈다.
이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무차입경영이 확산되는 분위기에 대해 정상적인 경영활동인지 그리고 국가경제에 바람직한 것인지 냉철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업은 자사 수익 뿐만 아니라 국가의 부(富)와 고용을 창출하는 역할을 맡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자기자본을 비롯해 사회가 보유하고 있는 유휴자금을 활용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기업의 차입경영을 바람직하지 않게 보고 오히려 부채비율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문제가 있는 기업으로 치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무차입경영에 대한 찬반론이 나뉘는 가운데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무차입경영을 도입하는 업체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게 업계 공통된 시각이다.
<정민정기자 jminj@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