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지금 출판계는] "살아남으려면 아류작이라도…"

히트작 제목 모방 '2등 전략' 판쳐


[지금 출판계는] "살아남으려면 아류작이라도…" 히트작 제목 모방 '2등 전략' 판쳐 장선화 기자 india@sed.co.kr 지난 2003년 10월 처음 소개돼 80만부가 팔린 '아침형인간'. 시간관리의 요령을 다룬 이 책은 당시 초베스트셀러로 기록됐다. 평생고용이 점차 무너지고 있는 시점에 등장한 이 책은 불안에 떠는 직장인들의 아침을 깨웠다. '아침형인간'이 히트치자 서점에는 '아침형'이라는 단어가 제목에 들어간 책이 20여권 넘게 쏟아졌다. 2등 법칙이다. 아류 제목을 단 책은 베스트셀러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최소 1만권 이상은 팔린 게 보통. 출판계에서는 1쇄 즉, 평균 3,000부 정도가 팔리면 손익분기점에 이르기 때문에 판매부수 1만권을 넘기면 남는 장사다. 그래서 출판계에는 '베스트셀러 아류는 실패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올 상반기에 나온 '이기는 습관'이 베스트셀러가 되자 역시 서점가에는 2등 법칙을 지향한 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기는 대화' '이기는 심리기술의 트릭' 등 이기는 데 필요한 온갖 기술을 담은 자기계발서들이 서점 진열대를 채웠다. 또 최근에는 베스트셀러 '시크릿'의 아류 제목 '부의 시크릿' 이 나왔으며, '대한민국 20세 재테크에 미쳐라'가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자 슬며시 '대한민국 20대 인테크에 미쳐라' '대한민국 2030 재테크 독하게 하라' 등이 뒤를 이었다. 제목을 패러디 한 책으로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를 떠올리게 하는 신간 '정자에서 온 남자, 난자에서 온 여자'도 있다. 이 같은 '책제목 따라하기'는 책의 수명이 갈수록 짧아지면서 히트 상품의 아류 전략으로라도 살아남아야 한다는 출판계의 처절함이 느껴진다. 베스트셀러를 기획했던 한 출판사 편집자는 "제목 따라하기는 이미 베스트셀러가 된 책을 통해 좋은 인식이 남아있는 독자들의 생각을 쉽게 파고들 수 있어 어느 정도는 시장에서 생겨날 수 있는 일"이라며 "그러나 표지 디자인을 그대로 옮겨 색깔만 바꾼다거나, 내용의 일부를 옮겨오는 등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좋은 책은 독자들이 내용을 보고 판단하기 때문에 아류가 나와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이리저리 소비자들이 똑똑해져야 할 세상이다. 입력시간 : 2007/11/16 18:02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