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시중은행들의 외화자금 투자용도를 늘리기로 한 것은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동시에 은행들의 해외 단기차입 규모를 줄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은행들의 해외 달러 차입 규모를 감소시켜 환율 하락의 요인 중 하나인 자본수지 흑자폭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아울러 환율 하락으로 인한 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옵션형 환변동보험을 도입하기로 했다.
◇원화 유동성 흡수 및 자본수지 감소 기대=한은은 지난해 7월부터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시중은행의 외화대출을 지원하는 통화스와프제도를 시행해왔다. 하지만 15일 현재 실적이 34건, 5억달러에 그치면서 성과가 미흡한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외화자금 용도를 늘려 시중은행과 통화스와프 거래를 늘리고 시중은행의 해외투자 방안을 더 다양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이 한은에 원화를 넘기고 달러를 매입할 수 있는 만큼 시중 유동성을 줄일 수 있고 해외로부터 들여오는 달러 규모도 감소하게 된다. 한은은 은행들이 기업의 선물환 매도를 받아내는 과정에서 급격히 증가한 해외단기차입을 우려해 지난 8월 창구지도, 11월 금감원과 공동 검사를 실시한 바 있다.
15일 이성태 한은 총재 초청으로 열린 월례금융협의회에서 시중은행장들도 “단기 해외 차입자금에 의한 대출 확대가 유동성 팽창과 외채 증가 및 원화절상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다만 이번 조치를 통해 원화 절상을 억제하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시장의 달러를 흡수하는 게 아니라 한은이 보유하고 있는 외화자금을 이용해 해외투자에 활용한다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기업 부담 덜어줄 환상품도 도입=환율상승으로 환리스크에 노출된 기업들을 위해 옵션형 환변동보험도 내년 1월1일부터 도입된다.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진흥공단 대회의실에서 열린 환율하락 관련 중소기업 대책회의에서 수출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 옵션형 환변동보험을 내년 초 곧바로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아울러 환리스크 관리비용 절감과 결제통화 다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무역협회의 환변동 보험료 지원을 엔화 등 기타 통화에 대해서도 확대 시행하고 구조개선자금과 산업기반자금ㆍ수출금융자금 등 주요 정책자금의 상환도 최장 1년6개월간 유예해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은 이밖에 환율 하락으로 매출이 줄어든 수출기업에 수출보험공사의 수출신용보증부 대출자금 상환의무를 2년 유예하고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던 수출중소기업 특례보증을 내년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