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금융의 청산이냐, 부활이냐’ ‘금융규제 개혁이냐, 양산이냐.’ 새 정부가 금융산업 선진화와 금융규제의 획기적 완화를 목표로 금융감독위원회를 금융정책과 감독기능을 통합한 금융위원회로 확대 개편하기로 결정하자 금감위와 금융감독원ㆍ금융업계의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금감위는 금융위원회 출범으로 중복 규제가 주는 등 효율성이 좋아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금감원은 견제와 균형이 불가능한 관치금융이 부활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우려한다. 금융업계도 금융위원회의 힘이 갈수록 세지면서 감독과 규제가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금융위원회는 재정경제부가 맡았던 금융 법령의 제ㆍ개정과 금감위가 담당했던 감독규정의 제ㆍ개정, 인허가 등 금융감독과 관련한 주요사항을 심의 의결하는 동시에 민간 감독기구인 금감원의 지휘까지 맡게 된다. 새 정부는 관치금융의 소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금융위원회의 인력 규모를 최소한으로 통제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금융정책과 금융감독 집행을 명확히 구분함으로써 권한과 책임의 혼선을 최소화하고 오는 2월 중으로 금융규제의 획기적 완화도 추진할 방침이다. 금감위의 한 고위관계자는 “동전의 앞뒤 면을 재경부와 금감위가 나눠 하다가 하나로 합치게 됐다”며 “두 사람이 나눠 하던 것을 한 사람이 하게 된 만큼 효율성도 높아지고 금융 관련 제도개선도 신속해지는 등 규제완화가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금감원과 업계는 관치금융의 부활을 우려한다. 이를 막기 위해 금융위원회의 인원을 늘리지 말고 권한에 대한 명확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사람과 권한이 늘어나는 만큼 규제는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금융위원회의 인원을 늘리지 말아야 한다”며 “금융위원회는 막강한 힘으로 시장논리가 아닌 관치를 하게 되고 금감원은 검사소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금감원의 다른 관계자는 “시장 실패에 대해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며 “금융위원회가 시장통제에 대한 모든 권한을 가진 만큼 명확히 책임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계 관계자들도 감독이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감독기능이 강화되면 중복은 피할 수 있겠지만 조직의 권한이 강화되는 만큼 감독도 강화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며 “옛 재무부 시절로 돌아가 관치금융이 부활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막강해지는 공권력에 대해 부담을 갖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