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4월 02일] 평범 속의 진리

서울 강남구 양재ㆍ도곡동 부근에 가면 큰 길 하나를 끼고 마주선 두 개의 주유소가 있다. 그런데 이 두 주유소의 휘발유 판매가격은 리터당 150원이나 차이가 난다. 교통량이 늘 많은 요지에서 단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데 왜 두 곳의 기름 값 차이가 이렇게 클까. 수수께끼의 열쇠는 세차기와 주유 편의성에 있었다. 한 주유소는 세차기가 설치돼 있고 배후에 아파트 단지가 있는 반면 길 건너 주유소는 세차기도 없고 배후에 상업용 건물만 가득하다. 정말 놀라운 것은 두 주유소 중 비싸게 기름을 파는 주유소가 더 장사가 잘된다는 점이다. 인근 아파트단지 주민들을 비롯한 단골들은 ‘기름 값이 비싸도 곧바로 진입할 수 있고 세차권까지 얹어주는 주유소’를 선택한 것이다. 통상 세차기를 설치한 주유소는 세차기가 없는 주유소보다 휘발유 리터당 100원 안팎가량을 더 받는다. 1주일에 80리터를 주유하는 사람일 경우 세차기가 없는 주유소를 선택하면 약 8,000원을 절약할 수 있다. 한 달이면 3만2,000원을 아낄 수 있고 이 돈을 들고 셀프세차장을 가면 한 달에 서너 번은 세차를 할 수 있다. 세차권뿐만 아니라 주유소에서 주는 휴지와 캔커피 등도 다 기름 값에 포함돼 있다고 보면 된다. 최근 들어 정부가 기름 값을 조금이라도 내리기 위해 석유제품 유통구조에 혁신을 유도하고 있지만 여러 가지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형 할인점이 주유소를 겸영하는 방안, 복수상표표시제 확대, 프랜차이즈 주유소 육성 모두 현실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만 기대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더욱이 최근 정제마진이 갈수록 낮아져 정유사가 내릴 수 있는 최대 가격은 휘발유 기준 리터당 15원 정도가 한계라고 한다. 정부 방침이 시장에 어떤 변화를 줄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기름 값을 아끼려면 소비자 스스로가 합리적으로 선택해야만 한다는 결론은 변하지 않는다. “최대한 차량운행을 줄여라. 기름을 넣을 때는 반드시 제휴 신용카드와 보너스카드를 이용하고 집 주변 주유소들의 가격과 혜택을 꼼꼼히 비교해라. 만약 주변에 셀프주유소가 있다면 무조건 이용해라.” 전문가에게 어떻게 하면 기름 값을 아낄 수 있는지 물어봤더니 뻔한 얘기가 돌아왔다. 언뜻 듣기에는 당연한 얘기지만 기름 값을 아낄 수 있는 정답은 ‘평범 속의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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