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직업안정기관 제역할 못한다

직업안정기관 제역할 못한다 구인·직정보 공유등 체계적 지원시스템 시급 "얼마 전 구청에서 취업설명회를 연다는 안내문을 보고 참석한 적이 있습니다. 나름대로 무엇인가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행사장을 찾았습니다만, 대부분 생산ㆍ영업직이어서 실망했습니다. 그런 직종을 모집하는데 굳이 취업설명회라는 타이틀까지 걸어야 하는지 불쾌한 생각도 들었습니다."(근무하던 기업체의 부도로 실직한 38세 김모씨) "취업박람회에서 원하는 직종을 구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대학을 바로 졸업한 사람이라면 덜하겠지만 재취업 희망자들은 무엇보다 직급과 보수가 맞지 않아요. 특히 여성들의 경우 전문직을 구한다는 것은 하늘에 별 따기나 마찬가지입니다."(2년 전 출산으로 직장을 그만둔 33세 주부 이모씨) 실직자들의 재취업을 돕기 위한 각종 행사가 다채롭게 열리고 있지만 실속 없이 소리만 요란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상당수의 구직 희망자들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직업안정기관(취업소개센터)의 숫자는 매년 증가하지만 업무의 효율성은 후진성을 면치 못하다며 전면 개편을 촉구하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현재 직업안정기관은 ▦국립기관(고용안정센터, 인력은행, 일일취업센터) 158곳 ▦공공기관(시ㆍ군ㆍ구, 일일취업안내소) 281곳 ▦유ㆍ무료 민간업체 2,983곳 등 총 3,422곳으로 외형적으로는 손색이 없다. 그러나 2000년 1월~11월말까지 노동부 고용안정센터와 인력은행에 구직을 희망한 103만2,099명 중 취업에 성공한 사람은 불과 28만4,443명으로 취업률이 27.6%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이 수치는 98년 8.6%, 99년 18.7% 수준에 비해 급신장한 것이다. 직업안정기관의 숫자에 비해 취업성적이 좋지 않은 있는 것은 무엇보다 전문인력이 부족한데다가 효율적인 취업지원 체계를 갖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구인ㆍ구직자들의 경력이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시스템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기관에 근무하다 6개월 전 명예 퇴직한 김모(37ㆍ남ㆍ서초구 방배동)씨는 "구청이나 지방노동청에서 제공하는 취업정보는 대부분 신문광고 등을 통해 알 수 있는 직종"이라면서 "민ㆍ관 구분 없이 취업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곳은 늘고 있지만 실제 활용할 수 있는 정보는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민간 유ㆍ무료업체간 정보의 공유가 전혀 되지않는 것도 문제다. 정부의 '11.3 퇴출조치'로 직장을 그만 둔 이모(35ㆍ남ㆍ양천구 신정동)씨는 "구인ㆍ구직 정보를 기관마다 별도로 운영하는 것은 효율성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인력낭비의 주요인"이라면서 "중앙정부-지자체-민간 업체간 구인ㆍ구직 정보를 체계적으로 공유하는 시스템의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직업안정기관 사이에 정보공유 시스템이 이루어질 경우 매일 실시간 사이버 취업박람회를 열 수 있어 시간과 경제적 비용을 절감하게 될 것"이라면서 "그런 점에서 시ㆍ도별로 수시로 개최하는 취업행사는 사이버ㆍ인터넷 시대와는 동떨어진 '보여주기 행사의 전형'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직업안정기관이 효율성 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것은 노동부도 인정하고 있다. 노동부는 최근 국내 직업안정기관의 현황과 문제점을 자체 분석한 '고용안정업무 발전계획보고서'를 통해 "유관기관의 정보체계 공유를 통해 내실을 기하고, 특히 고령자ㆍ장애인 등의 취업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한노총과 민노총 등 노동계는 "노동업무를 관장하는 주무 부처가 지금까지 추진해 온 고용안정업무의 문제점을 분석하면서 일종의 자기반성적 보고서를 낸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박상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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