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선일씨가 이라크에서 실종되기 직전인 지난 5월 말께 친구에게 마지막으로 보낸 귀향을 절규하는 e메일이 공개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씨의 친구 심성대(35)씨는 23일 “선일이의 죽음이 안타까워 공개하게 됐다”며 5월 한달간 세차례 주고 받은 e메일을 언론에 제보했다.
김씨는 5월8일(이라크 현지시간) 심씨에게 보낸 e메일에서 “한국인들이 거의 다 떠나가고 교회 팀들도 떠나간 요즘 우리 회사직원들 다섯명이서 조촐하게 예배를 3주째 드리고 있다. 나는 설교를 맡고 있고…”라며 근황을 전했다.
김씨의 e메일에는 고향에 대한 향수로 가득했다. “이제는 정말로 여기에 있기가 싫다. 하루 빨리 한국에 가고 싶은데. 빨리 갈 수 있도록 기도를 해다오”라는 말과 함께 “김치하고 짜장면 그리고 보혜가 해주는 음식들을 배가 터지도록 먹어보고 싶다”는 소박한 희망도 담겨 있었다.
또 김씨는 “이곳에서 약자에 대한 마음도 어느 정도 몸으로 체득하게 됐고… 소름 끼치는 미군의 만행을 담은 사진도 가지고 갈 거다. 결코 나는 미국인 특히 부시와 럼스펠드 미군의 만행을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말해 오히려 미군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심씨는 “선일이의 휴가가 5월 말에서 6월 말로 차일피일 미뤄졌고 그 와중에 변을 당했다”며 “선일의 죽음이 너무도 안타까워 e메일 내용을 공개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