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더 아름답고 순수한 '얼굴 없는 인물'

사진작가 박상훈 '토르소'展

박상훈의 '나부'

얼굴 없는 인물의 벗은 몸이 적나라하다. 살짝 허리를 비튼 여인의 뒷태가 만들어 낸 흐르는 듯한 곡선은 굽이치며 솟구친 소나무 둥치와 흡사하다. 당당하게 벗은 남성의 몸은 수백 년 수령의 고목처럼 고집스러워 보인다. 일견 "망측하다"며 고개를 돌려버릴 지도 모를 노골적인 누드 인물과 담백한 나무 사진을 나란히 건 주인공은 사진작가 박상훈(57) 씨. '토르소(Torso)'라는 제목으로 29일부터 경운동 갤러리그림손에서 개인전이 열린다. 토르소는 얼굴이 있는 인물보다 오히려 더 순수하다. 문학으로 비유하자면 소설보다 시에 가까운 함축적인 맛이 있다. 작가는 "몸통뿐인 토르소는 원초적 본능만이 존재하기에 더욱 아름답고 꾸밈없는 얼굴들"이라며 "또한 나무의 토르소는 모든 욕망에서 해탈한 듯 초연하며 존재 그 자체만으로 아름답다"고 작업 배경을 소개했다. 사실 작가는 '얼굴 사진'으로 더 유명하다. 노르웨이 오슬로 노벨평화상 기념관에 영구 보존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진을 비롯해 2002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 후보의 입술이 부르튼 선거 포스터, 이명박 대통령의 소탈하고 밝게 웃는 대선 포스터 사진까지 모두가 그의 작품이다. 2006년에는 김혜수ㆍ전도연ㆍ안성기ㆍ송강호 등을 촬영한 스타 사진전을 열었다. 하지만 박상훈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대표작은 80년대 초부터 시작한 '새벽 풍경' 연작이다. 초상 사진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후반부터이며 94년 뉴욕 페스티벌 금상, 97년 칸 국제광고제 금사자상 등을 수상한 광고사진 작가로도 유명하다. 전시는 10월12일까지. (02)733-1045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