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책과 세상] 한국인 주인공 등장 베르베르 신작

■카산드라의 거울(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열린책들 펴냄)


'개미', '뇌', '타나토노트' 등으로 한국 독자들에게 특히 사랑받아온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지난해 9월 방한 기자회견에서 "차기작의 주인공은 한국인 남자 김예빈"이라고 말해 화제를 일으켰다. 그 약속이 담긴 신작 장편소설 '카산드라의 거울' 1, 2권이 드디어 나왔다. 작가는 "한국의 독자 여러분을 생각하며 썼다"고 말했지만 김예빈이라는 인물은 어린 시절 난민으로 프랑스에 흘러들어간 '탈북자 출신의 한국인'이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현대인'을 기대한다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작가는 "나는 우리가 귀를 기울이기를 거부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발언권을 주고 싶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신작은 미래를 예언하는 17세 소녀 카산드라가 악취 풍기는 쓰레기 하치장을 소굴로 삼고 살아가는 4명의 노숙자와 함께 미래의 재앙에 맞서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여주인공 카산드라는 꿈에서 폭탄 테러 사건을 내다보고 '5초 후 사망 확률'을 예언하는 시계를 가진 신비로운 인물이지만 정작 자신의 과거는 모른다. 그 운명이 고대의 예언자 카산드라와 닮았다. 자신은 재앙을 예견하고 막으려 하지만 아무도 그의 말에 귀기울이지 않는다. 자폐증까지 앓고 있어 고아 기숙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탈출해 파리 외곽의 거대한 쓰레기 하치장까지 피해 들어왔다. 남자 주인공인 김예빈은 8살에 탈북한 난민으로 부모를 잃고 홀로 구호 단체에 구조돼 프랑스에서 자란 인물이다. 컴퓨터 천재로 중국 중앙은행 시스템에 들어가는 등 위험한 복수를 하다 쫓기게 되면서 결국 노숙자가 됐다. 쓰레기 하치장에는 김예빈 외에도 왕년의 외인부대원, 전직 에로 영화배우, 아프리카의 흑인 주술사가 함께 살고 있다. 각자 재능을 갖고 있으나 세상이 귀 기울여 주지 않고, 그래서 쓰레기 취급을 받고 있다는 점이 이들의 공통분모다. 소설은 카산드라가 이들에게 인정받아 쓰레기 더미 속에서 동거하면서 인류를 구원하고 잃어버린 자신의 과거를 찾아가기 위한 여정을 담았다. 베르베르 특유의 기발한 상상력은 여전하다. 동시에 주요 무대인 쓰레기 하치장을 내세워 '현실의 악취'를 생생하게 드러내는 현실 비판의 날이 곧추 섰다. 파리의 초고층 빌딩 몽파르나스 타워, 몽수리 배수지 등 실재하는 공간적 배경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현실적인 접근이 기존작보다 두드러진다. 책의 화두는 '미래'이다. 작가는 올초 프랑스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 세상의 모든 카산드라들은 미래를 보는 능력을 지녔지만 불안스러운 미래를 보려 하지 않는 사람들이 느끼는 두려움 때문에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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