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박흥진의 할리우드통신] "시상식 TV 시청률 올리자"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 늘려

지난 24일 아카데미가 내년 시상식 때부터 최우수 작품상 후보를 현 5편에서 10편으로 늘린다고 전격적으로 발표한 것은 변화를 싫어하는 아카데미로서는 가히 혁신적이요 폭탄적인 일이다. 아카데미가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근본 이유는 갈수록 떨어지는 오스카 시상식 TV 쇼의 시청률을 제고하자는데 있다. 아카데미는 보통 일반 영화 관객의 취향과는 달리 예술적인 작품이나 드라마에 최고상을 주고 있는데 이 때문에 TV 시청률 특히 젊은이들의 시청률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 올해 '슬럼독 백만장자' 가 작품상을 탔을 때 TV로 오스카 쇼를 본 사람은 총 3,630만명. 1998년 할리웃 사상 최대의 블럭버스터인 '타이태닉' 이 작품상을 탔을 때 쇼의 시청자수는 총 5,520만명이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에 블럭버스터인 ' 암흑의 기사 '가 작품상 후보에 올랐었다면 TV 시청률이 크게 올랐었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오스카 쇼를 방영하는 ABC-TV는 계속되는 시청률 하락으로 올해 30초짜리 광고비를 1998년 이후 처음으로 100만달러 이하로 받았다. 한편 자체 예산의 절대 부분을 오스카 쇼 TV 방영권료로 충당하고 있는 아카데미로서는 시청률 하락은 생계를 위협하는 일이라고 하겠다. 아카데미의 2007~2008회계연도 총예산은 8,170만달러로 이 중 7,370만달러가 ABC-TV의 주인인 디즈니사로부터 받은 쇼 방영권료다. 아카데미가 작품상 후보를 10편으로 늘린 것은 보다 다양한 영화를 후보에 포함시켜 오스카 쇼를 보다 대중화, 시청률도 증가시키고 또 광고주도 늘려 ABC-TV는 광고료를 더 벌고 아카데미는 쇼 방영권료를 더 받자는 산수에서 나온 것이다. 아카데미가 작품상 후보를 10편으로 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할리우드 황금기인 1930~1940년대에는 작품상 후보가 10~12편씩 발표됐었다. 이런 두 자릿수 작품상 후보는 '카사블랑카' 가 작품상을 탄 1944년을 끝으로 한 자릿수로 줄어들었다. 작품상 후보가 늘어나면서 보다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이에 포함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일반 관객들이 좋아하는 블럭버스터 영화가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밖에도 항상 아카데미에 의해 괄시를 받고 있는 코미디와 함께 비록 각기 고유의 카테고리는 있지만 만화영화와 외국어영화 등도 과거보다 작품상 후보에 포함될 여지가 많아졌다. 이 밖에도 독립영화와 규모가 작은 영화들 그리고 뮤지컬 등도 과거보다 쉽게 작품상 후보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작품상 후보가 10편으로 늘어나면 상의 질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영화인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매년 5편의 양질의 영화도 고르기가 힘든 판에 10편을 고르다 보면 별로 뛰어나지 못한 영화를 포함시키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염려한다. 이들은 또 작품상 후보가 10편으로 늘어나면 과거보다 아카데미 회원들의 투표가 분산돼 총 5,800여명의 회원 중 11%만의 투표로도 작품상을 받을 수가 있다고 계산한다. 한편 스튜디오 측은 가뜩이나 불경기에 시달리고 있는 판에 작품상 후보가 2배로 늘어나면 오스카를 위한 광고비도 따라 늘어나게 됐다고 한숨을 내쉰다. 그러나 작품상 후보가 늘어나면서 쇼의 TV 시청자들에게 한 가지 좋아질 현상은 제한된 방영시간 때문에 시상식에서 각종 기술상을 제외시키지 않을 수 없게 된 점이다. 그런데 기자가 속한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FPA)는 일찌감치 골든 글로브 작품상 후보를 드라마와 코미디/뮤지컬 2개 부문으로 나눠 각 5편씩 모두 10편을 발표하고 있다.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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