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4월1일] <1358> '힘든 나날'


‘크리스마스 캐럴‘ ‘올리버 트위스트’ ‘두 도시 이야기’…. 영국의 문호 찰스 디킨스의 소설이다. 영화로도 제작돼 널리 알려졌지만 정작 디킨스 자신과 비평가들이 지목하는 문제작은 따로 있다. 산업소설 ‘하드 타임스(Hard Times)’다. 소설의 주제는 공리주의에 대한 공박.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라는 공리주의식 사고방식이 산업화와 기계화를 촉진하는 과정에서 황폐해지는 인간군상을 그렸다. 집필의도는 노동환경 개선. 장시간 노동과 아동고용 금지를 둘러싼 논쟁이 한창인 가운데 터진 프레스턴 직물공장 파업에 힘을 보태기 위해 펜을 잡았다. 소설이 처음 등장한 시기는 1854년 4월1일. 디킨스가 출자한 ‘가정잡지(Household Words)’에 연재가 시작돼 5개월 동안 이어졌다.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를 다뤄서인지 연재가 시작된 지 두 달 보름 만에 잡지 판매부수가 두 배 늘어났다. 연재가 끝날 무렵 잡지사는 이전의 5배나 되는 수익을 거뒀다. 장안의 지가를 올린 만큼이나 논란도 거세게 일었다. 사회개혁을 주창했던 작가인 존 러스킨은 이 소설을 ‘디킨스의 작품 중 가장 위대한 소설’로 치켜세운 반면 공장주들은 ‘어리석고 불쾌한 소설’이라고 깎아 내렸다. ‘노동현실도 제대로 모른 채 노동자에 대한 소설을 썼다’는 비난도 나왔다. 세월이 지난 후 이 소설은 삭막했던 영국 산업혁명에 인간의 숨결을 불어넣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디킨스가 155년 전에 소설로 묘사한 인구의 도시집중과 극심한 경쟁, 저임금, 실업과 빈곤, 계층 간 갈등은 여전하다. 출구는 없을까. 디킨스는 인간을 감정과 상상력ㆍ지성을 지닌 복합체로 여기는 교육을 대안으로 꼽았다. 문제는 한국 땅에서 그게 쉬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힘든 나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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