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소비자들이 제기한 단체소송에서 잇따라 패소, 거액의 배상금을 물어야 하는 등 ‘소송부담’이 현실화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증권집단소송까지 전면 도입될 경우 ‘소송 리스크’가 급증해 기업의 경영위축이 불가피해질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8일 서울중앙지법은 국민은행이 ‘개인정보 유출’ 관련 피해를 입은 1,026명의 고객에게 10만원씩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날 김모씨 등 1,026명이 ‘개인정보가 유출돼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국민은행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민은행은 e메일이 유출된 황모씨ㆍ박모씨에게 각 7만원을 배상하고 나머지 원고들에게는 각 1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황씨와 박씨는 이름과 e메일 주소만 유출된 피해자이고 나머지 1,024명은 주민등록번호까지 유출된 피해자들이다.
지난달 말에는 회사측 잘못으로 온라인 게임 ‘리니지2’ 이용자의 아이디(IDㆍ이용자 신분)와 비밀번호가 유출된 것과 관련해서도 게임업체가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특히 두 판결은 재산상의 손해가 없더라도 개인정보 유출만으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책임을 인정한 것이어서 개인정보 유출 등 유사소송에 직면해 있는 기업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한국도로공사 등 공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광주지법은 지난 2005년 12월 호남고속도로 폭설 고립사태와 관련, 도로공사가 운전자들에게 육체적ㆍ정신적인 손해 중 일부를 배상하라고 최근 판결했다.
서모씨 등 운전자 217명이 도로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1심 선고공판에서 법원은 “고속도로의 관리상 하자와 늑장 대처로 발생한 고립사태로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ㆍ육체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원고측 손을 들어준 것이다. 도로공사는 이에 고립시간을 기준으로 1인당 20만~40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해야 했다.
이밖에도 서울지법은 씨티은행 노조 여직원이 사용하지 않은 생리휴가를 근로수당으로 지급하라는 소송을 내자 회사측에 15억8,000만원을 보상하라며 역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단체소송에서 기업들이 패소하는 확률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며 “예상치 못한 배상금에다 기업이미지까지 훼손돼 경영에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