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소비진작' 선물 문화의 부활

이효영기자(생활산업부) hylee@sed.co.kr

요즘 미국과 유럽에서는 크리스마스 상전(商戰)이 한창이다. 합리적 소비로 유명한 서양에서도 크리스마스 때는 선물 주고받기가 관례화돼 있기 때문에 유통업계 입장에서는 최대 대목이다. 프랑스의 경우 크리스마스에 웬만한 소비자 한 사람당 구매하는 선물수는 10여개에 이른다. 학부모들은 학교 선생님에게 조그만 성의를 표시하는 것이 예의고 본가와 처가(혹은 친정) 식구들에게도 한 사람씩 선물을 따로 준비하는 게 전통이다. 백화점 같은 대형 유통점의 일요일 영업이 법으로 금지돼 있는 프랑스지만 크리스마스를 앞둔 12월은 대목인 점을 감안, 일요일 영업이 허용될 정도다. 일본도 마찬가지. 부정부패가 심했던 일본은 오츄겐(음력 7월15일), 오세보(연말) 같은 명절에 1,000~5,000엔대의 작은 선물을 주고받는 관습을 정부가 인정한 결과 합리적인 선물문화가 뿌리내리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최근 몇년새 미풍양속도, 대목도 완전히 실종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계속되는 경기침체에다 무차별적인 선물 안 주고 안 받기 운동까지 겹치면서 유통업계는 추석이나 설 같은 명절에도 마이너스 성장세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했는지 최근 들어 선물 주고받기를 장려하는 취지의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말 이해찬 국무총리는 국무회의 석상에서 “올해 연말연시에는 이웃간에 따뜻한 마음과 온정을 나누는 차원에서 통상적인 미풍양속 차원의 선물 주고받기 운동을 펼치자”고 강조했다. 황영기 우리은행 행장도 지난주 월례조회에서 “우리은행원들부터 발벗고 나서 가족들과 외식도 하고 배우자에게 가끔 선물도 건네 소비진작에 앞장서자”고 당부했다고 한다. 물론 일각에서는 몇만원짜리 선물을 주고받는 것으로 빙하기에 접어든 소비부진을 해소하려는 것은 미시적인 해결책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지금 고소득층은 물론 중산층 이상의 많은 소비자들은 무조건적으로 지갑을 열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고용불안, 과세불안, 부동산가격 불안 등 각종 불확실성 때문이다. 그런 소비자들에게 선물 문화의 부활을 통해 소비를 꺼리지 않을 수 있는 명분이라도 주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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