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치권을 보고 있자면 찌는 듯한 무더위만큼이나 숨이 턱턱 막힌다.
유진룡 전 문화부 차관 경질 논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 문제,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내정에 대한 ‘코드인사’까지. 여야는 사생결단이라도 낼 듯이 으르렁대고 있다. 대화와 타협은 실종되고 대신 갈등과 반목만이 자리잡고 있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으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청와대 인사청탁 거절로 인한 ‘보복성 인사’라는 유 전 차관 문제는 급기야 ‘배를 째 드리지요’라는 발언을 했느냐 안 했느냐를 두고 법적 공방까지 갈 지경에 이르렀다. 고흥길 한나라당 의원이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문제의 발언이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것이라고 주장하자 청와대는 유언비어 날조와 유포에 대해 법적ㆍ정치적 책임을 묻겠다고 맞대응한 것.
전작권 논란 역시 마찬가지다. 한쪽에서는 ‘자주’만 부르짖고 다른 쪽에서는 예의 ‘전가의 보도’인 ‘한미 동맹’을 꺼내 들고 국민투표 운운한다. ‘환수’가 맞다느니 ‘단독행사’로 해야 한다느니 단어 하나를 갖고 비생산적 논쟁을 거듭하고 있다. 전작권과 연관된 한미 동맹관계의 변화,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 국방비 부담 문제 등 응당 있어야 할 논의들은 설 자리를 잃었다. 이런 정치권이 오죽 한심했으면 제3자 입장인 알렉산더 버시바우 미국 대사가 양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정치 쟁점화해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겠는가.
절기상으로 입추가 지난 지도 열흘이 돼간다. 30도를 훨씬 웃도는 불볕더위가 계속되다 반가운 비가 내렸다. 뜨거운 기운을 말끔히 씻을 정도는 아니지만 열대야 속에서 잠을 설친 국민에게는 그야말로 고마운 ‘단비’다.
정치권은 과연 어떻게 보일까. 이념대결을 일삼고 지지층 결집에만 골몰하는 모양이 단비만도 못한 존재로 비치진 않을까. 진보ㆍ보수단체간 이념대결장으로 변질된 광복절을 탄식하며 “정치의 제1덕목은 투쟁이 아닌 통합에 있다”는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원의 말이 어느 때보다도 공감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