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부제시 구조조정 시한 일주일 앞] 조흥.외환은행 속앓이

9개 은행의 대규모 명예퇴직과 인사이동을 끝으로 은행 구조조정이 일단 마무리되는 분위기로 치닫고 있으나, 조흥·외환은행의 경영정상화라는 마지막 걸림돌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조흥은행은 정부가 합병 또는 외자유치 시한으로 지정한 10월말이 일주일 앞으로 임박했으며, 외환은행도 연내 한국은행과 코메르츠은행으로부터 추가출자를 받아내기까지 적잖은 가슴앓이를 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합병으로 몰린 조흥은행=조흥은행은 지난달 금융감독위원회가 제시한대로 10월말까지 구체적인 외자유치나 합병 성과를 내지 못하면 경영진이 모두 교체될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시한을 일주일여 앞둔 상황에서도 이렇다 할 길을 찾지 못해 누구보다 초조한 입장이다. 조흥은행은 당초 미국계 보험사나 유럽, 아시아계통의 투자가들을 상대로 한 외자유치에 힘을 쏟아 왔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정부로부터 외국인 투자액과 같은 규모의 출자 지원을 약속받는 등 자본유치를 통한 홀로서기가 확실시된 다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믿고 있던 해외투자가가 최근 제일·서울은행 인수쪽으로 돌아서면서 외자유치는 사실상 어렵게 됐다. 정부 출자와 경영참여만을 조건으로 조흥은행에 수억달러를 투자하기보다는 앞으로 3년간 발생하는 부실까지 정부가 책임진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운 제일·서울은행을 인수하는 편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 조흥은행 고위관계자는 『해외투자가가 최근 서울은행 매각 주간사인 모건스탠리와 접촉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훨씬 나은 조건에 다른 국내 시중은행을 인수할 수 있게 생겼는데, 눈먼 고기가 아니면 낚시에 걸리겠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외자유치 가능성은 희박해졌다는 얘기다. 결국 남은 길은 합병이다. 조흥은행은 이달 말까지 합병 성과를 일궈내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가 『조만간 외자유치건 합병이건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밝혀, 빠르면 주내 또는 다음주초 조흥은행의 생존 방법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헌재(李憲宰)금융감독위원장이 최근 『조흥은행과 지방은행의 합병은 조흥은행의 생존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지방은행과의 합병에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침에 따라 조흥은행이 마땅한 합병대상을 찾기조차 어렵게 된 실정이다. 결국 제일·서울은행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외자유치를 적극 추진하는 것외에는 마땅한 해결방안이 없는게 현실이다. 일각에서는 일단계 금융구조조정이 마무리됐다는 인식이 많은 만큼 조흥은행에 대해 당초 요구조건(합병 또는 외자유치)을 무리하게 강요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답답한 외환은행=조흥은행만큼 초조하진 않지만 외환은행 임직원들은 하루하루 답답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지난달 29일 경제장관회의에서 한국은행과 코메르츠은행의 추가출자로 독자생존의 가닥이 잡힌 것으로 여겨졌는데도 한은측이 계속 브레이크를 걸고 있기 때문. 한은법 103조 조항에 따라 한국은행은 영리기업에 대한 소유나 운영을 하지 못하도록 돼 있는데다, 외환은행에 대한 출자가 다른 은행들과의 형평에 어긋난다는게 한은측 주장이다. 그러나 외환은행은 『중앙은행으로서가 아니라 제1대주주로서의 추가출자가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며 『최대주주로 증자에 참여하는 것은 한은 입장에서도 당연한 권리』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같은 논리가 맞서면서 한은의 추가출자문제는 아직도 같은 자리만을 맴돌고 있다. 은행 관계자들은 『한은측과 실무적으로 꾸준히 접촉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아직 의견 접근을 보지 못하고 있는 상태. 출자 규모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외환은행은 한은 6,000억원, 코메르츠 2,500억원, 직원 1,000억원 수준의 증자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지분율대로 한은이 증자액의 33%, 코메르츠가 29%정도 참여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은행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은이 계속 출자를 거부할 수 있을지에 대해 현재로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한은 출자가 무산될 경우 외환은행은 감자를 전제로 정부 재정지원을 받을 수 밖에 없게 되는데, 이 경우 코메르츠가 기존 출자금 3,500억원을 회수하는 등 한국의 대외신인도 자체에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청와대와 재정경제부가 모두 한은이 법적 해석만을 이유로 구조조정 자체에 무리을 일으킬 것을 은근히 염려하는 눈치여셔, 결국 연말까지는 출자를 성공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고 은행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신경립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