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 물가가 폭등하며 하반기 물가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공공요금 인상은 이미 시작됐고 식료품 가격도 줄인상이 예고돼 있어 물가인상이 생활 전반에 도미노처럼 번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6% 상승했다. 1월에 반짝 3.1%를 기록한 이후 2월(2.7%)부터 줄곧 2%대 중후반을 기록하며 물가 안정세를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안정세는 정작 서민들의 체감물가와는 거리가 멀다. 대표적인 장바구니 물가지표인 신선식품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6.1% 상승했다. 2004년 8월(22.9%) 이래 6년만에 최대치로 지난달과 비교해도 3.8%나 올랐다. 무가 107.1%나 폭등했고 마늘(70%), 배추(61.5%), 쇠고기(12.8%) 등 밥상 필수재료들이 대부분 급등했다.
기획재정부는 “통상 7~8월은 휴가철 수요증가와 함께 더위로 채소류 등 농산물 가격이 상승하는 시기”라며 “특히 올해는 봄철 이상저온 여파와 7월 기상여건도 약화돼 농산물가격이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연초 이상저온으로 시작된 기상이변이 장마철 폭우로까지 이어지며 날씨가 올해 내내 물가에 부담을 줬다는 설명이다.
공업제품도 예외는 아니다.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자동차용 액화가스(LPG)가 전년동월대비 30.1% 올랐고 금반지(21.7%), 휘발유(5.3%) 등도 크게 올랐다. 부동산 경기가 나빠졌다고는 하지만 전세(2.3%)ㆍ월세(1.4%)가 모두 상승하며 가뜩이나 지갑이 얇아진 서민들을 더 고통스럽게 했다.
문제는 하반기 물가불안 요인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예고한 대로 당장 8월부터 전기, 가스요금 및 시외버스, 고속버스 요금이 일제히 인상된다. 정부는 공공요금 인상이 물가를 자극할 일은 없다고 낙관한다. 통계청 관계자는 “8월 공공요금 인상분을 대략적으로 계상하면 물가를 0.15%포인트 상승시키는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공요금이 민간물가의 바로미터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영향력은 산술적으로 계산된 효과치보다 더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당장 지방자치단체들이 중앙정부를 핑계로 시내버스 및 지하철 요금, 쓰레기봉투값 등을 올릴 여지가 많아졌다.
민간 부문 역시 공공요금 인상 이후 제품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 당장 CJ제일제당이 1일부터 설탕 출고가를 평균 8.3% 인상했고 대한제당과 삼양사 등도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을 올릴 예정이다. 밀가루와 오렌지주스 값 인상도 시간문제로 보인다.
정부가 추석 전 물가안정 종합대책을 내놓을 방침이지만 이미 전방위적으로 물가인상 압력이 높아진 상황에서 ‘인플레 심리’를 차단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물론 통화당국이 연내 2~3차례 기준금리를 더 올려 물가인상을 억제할 수는 있겠지만, 세계경제 더블딥 우려가 확산되는 마당에 그 시기와 폭을 정하기는 결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은미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경기가 오랫동안 회복세를 지속해 민간 서비스 가격 상승 압력이 높아졌다”며 “4ㆍ4분기 소비자 물가가 3%대를 기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정도로 소비자물가 불안 심리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