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보더가 스키 탄 사람을 앞지를 수 있나? 스노보드 타고 스키 앞지르려면 신선한 눈이 쌓인 곳에서 대결해야 양철승 기자 csyang@sed.co.kr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동일한 실력의 스키어와 스노보더가 활강경기를 한다면 스키어가 넘어지지 않는 이상 대부분 결승선을 먼저 통과한다. 스노보드는 왜 스키보다 속도가 나지 않는 것일까. 물리학적으로 활강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마찰력과 저항력이다. 이 관점에서 볼 때 스키와 스노보드의 활강 능력은 서로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이 미국물리학회(APS)에 근무하며 극한스포츠 물리학 관련 블로그(extremesportsphysics.blogspot.com)를 운영하고 있는 제임스 리오돈 박사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노보드로 스키를 따라 잡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제임스 박사는 스노보드의 경우 고속 질주를 할 때 자세 유지 및 방향 전환 과정에서 보더가 넘어질 가능성이 높아서라고 말한다. 실제 스노보드나 스키 모두 가장 빠르게 활강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눈 위에 직선으로 바닥면을 댄 채 내려가는 것이다. 그런데 눈은 울퉁불퉁하기 때문에 스노보더가 전혀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서있는 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최적의 고속 주행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시로 자세를 변경, 좌우측으로의 방향 전환을 함으로서 지그재그 모양으로 내려가야 한다. 바로 이때 보드의 바닥 면이 한쪽으로 기울어지면서 일종의 브레이크가 걸리게 되며 속도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보더가 중심을 잃고 넘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스키는 활강을 할 때 두 발의 사이를 넓히는 비교적 간단한 방법으로 잦은 방향전환 없이도 안정감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제임스 박사는 다음의 2가지 조건이 충족된다면 스노보드가 스키를 앞지를 수 있다고 말한다. 눈의 깊이가 15cm 이상일 것, 방금 내린 신선한 눈일 것이 바로 그것이다. 솜처럼 부드러운 눈은 액체와 유사한 양력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폭이 넓은 스노보드는 마치 물 위의 서핑보드처럼 눈 속에 깊이 빠지지 않고 손쉽게 눈 위를 미끄러져 내려올 수 있다. 반면 폭이 좁은 스키는 눈에 빠지지 않기 위해 보통 때보다 훨씬 큰 각도로 지그재그 턴을 구사해야만 한다. 그만큼 스키의 뒤쪽으로 가해지는 힘이 세지고 저항력도 커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제임스 박사는 이 같은 조건에서라면 분명히 스노보드가 스키보다 빠른 속도로 활강을 마칠 것이라고 단언한다. 참고로 길이가 짧은 스키가 긴 길이의 스키에 비해 속도가 늦을 것이라는 생각은 사실과 다르다. 스키의 길이가 길면 안정감이 좋아져 넘어지지 않고 최고 속도에 도달할 가능성이 좀더 높아질 뿐이다. 입력시간 : 2008/01/25 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