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9월 8일] 개천에서 용되기 힘든 사회

취업 준비생들의 한숨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 딸의 편법특혜 공무원임용 파문의 여파다. 아주 특별한 이 취업 성공기는 취업준비에 여념이 없는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큰 박탈감을 안겨줬다. 아무리 취업준비를 열심히 해도 배경이 없으면 출세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이 땅의 젊은이들을 무력감에 젖게 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공정한 사회를 만들자는 청와대의 이야기가 공허하게 들린다. 공정(公正)이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니 공평과 올바름을 뜻한다. 공정한 사회라면 누구나 공평하게 올바른 길을 걸으며 노력했을 때 그 노력만큼 성취를 거둘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약자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는 사회가 진정 공정한 사회다. 그런데 이 사회는 공평한 길을 제시하지도 못한 채 오히려 우리 젊은이들을 약자로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젊은이들에게 이 사회가 안겨준 것이라고는 연일 수치가 갱신되는 심각한 취업난과 불안한 고용뿐이다. 게다가 돈이 없고 빽이 없으면 출세할 수 없는 사회인 것인가 하는 의구심을 잊을 만할 때마다 일깨워준다. 노력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며 젊은이들을 독려하기가 미안해질 정도다. 이 나라의 미래가 될 젊은이들이 사회에 첫발을 들여놓기 전부터 박탈감과 무력감에 젖어 희망을 잃게 해서는 안 된다. 이번 유 전 장관의 딸 채용 특혜 문제는 공정한 절차를 위반해서 얻은 특권과 특혜의 결과가 얼마나 허망한 끝을 맺는지를 알리는 계기가 돼야 한다. 고위 공직자를 비롯한 이 사회의 지도층이 도덕적으로 모범을 보이고 젊은이들의 귀감이 돼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줘야 한다. '개천에서 용 난다'고 했다. 비록 어려운 환경에 놓였어도 열심히 노력하면 평판 좋은 대학에 입학하고 각종 고시에도 합격하는 미담을 종종 접할 수 있었다. 내세울 것 없는 집안에서 태어나 부모의 도움 없이도 오직 자신의 노력으로 원하는 학교와 직장에 합격하는 것이 우리네 젊은이들의 작은 출세였다. 그런 점에서 고시를 비롯한 각종 시험은 자아실현의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신분상승의 통로로서 우리 사회의 계층 간 갈등을 완화하는 기제이기도 했다. 누구나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줬던 것이다. 그런데 지난달 발표된 서류와 면접전형으로 공무원을 임용한다는 개편안은 또다시 특권이 낳는 특혜로 우리 젊은이들에게 박탈감을 안기는 것은 아닐지 하는 우려가 든다. 고시의 일방적 폐지보다는 현재의 고시제도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과 한계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해보인다. 우리 젊은이들이 특권층을 위한 현대판 음서제도의 부활에 희생양이 돼서는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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