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5월2일] 파울루 프레이리 & 페다고지


‘페다고지(Pedagogy).’ 소지만 해도 감옥에 갔던 금서(禁書)다. 원서 제목은 ‘억눌린 자들을 위한 교육학’. 저자 파울루 프레이리(Paulo Freire)는 책에서 교육을 ‘은행저축식’과 ‘문제제기식’으로 양분한다. 은행저축식이란 권위주의적 주입식 교육. 요점정리를 기계적으로 암기해 지식을 축적하는 방식이다. 반면 문제제기식은 교사와 학생 간 대화로 지식을 창조하는 과정이다. 프레이리는 교육의 요체를 의식화에서 찾았다. 생각하는 습관, 즉 사고(思考)의 포기에 익숙한 사람들이 비판적 의식을 가질 때 비로소 문제 제기가 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비판과 의식화를 강조했으니 독재정권의 금서 목록에 오를 수밖에. 브라질 동북부의 중산층 가정에서 1921년 태어난 그는 대학에서 법과 철학을 공부했지만 선택은 국어(포루투갈어) 교사. 문맹자 교육에 특히 힘써 일자무식 농부도 45시간이면 읽고 쓰는 수준에 올랐다. 대화식 수업 덕분이다. 명성을 쌓은 프레이리에게 1964년 쿠데타로 집권한 군부는 훈장 대신 추방령을 내렸다. 체제전복 혐의자로 찍힌 그는 망명생활 15년 동안 28개 대학에서 강연과 저술활동을 벌였다. ‘20세기의 고전’ 페다고지도 이때 나왔다. 1979년 귀국해 교수ㆍ교육감으로 활동하며 노벨평화상 후보에까지 올랐던 프레이리는 1997년 5월2일 심장마비로 76년 생애를 마감했으나 전세계 교육에 미친 그의 영향은 아직도 짙게 남아 있다. 한국 땅은 예외다. 숨을 죽이며 페다고지를 열독했던 젊은이가 자식을 낳아 자정이 넘도록 학원을 순례시키고 가족의 해체까지 감수하며 해외 유학을 보내 경제와 국제수지 균형 기조까지 흔들리는 한국적 현실을 보면 무덤 속의 프레이리가 뭐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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