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4일 “통합신당은 결국 구 민주당으로의 회귀에 다름 아니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며 “당의 진로는 당 지도부나 대통령 후보 희망자, 의원 여러분만으로 결정할 수 없고 당헌에 명시된 민주적 절차에 따라 정통적이고 합법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열린우리당 지도부 중심으로 진행되는 당의 진로 개편 논의에 대해 정면으로 비판하는 동시에 여당 지도부의 기간 당원제 폐지, 당 진로 결정을 위한 의원 상대 설문조사 등에 대해서도 불편함을 직설적으로 토로한 것이어서 당ㆍ청간의 갈등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아울러 “대통령의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제 대결적 여소야대 구도와 국정 표류라는 한국정치의 구조적인 문제와 해결방안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언급, 개헌이나 중대선거구제 개편 논의에 불을 당길 의사를 내비쳤다. 또 “저도 당원으로서 당의 진로와 방향, 당이 추구해야 할 가치와 노선에 대해 당 지도부 및 당원들과 책임 있게 토론하고자 한다”며 열린우리당에서 탈당하지 않는 것은 물론 정계개편 논의에 적극 참여해 의견을 개진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브리핑과 열린우리당 홈페이지에 ‘우리 모두의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합니다’란 제목으로 ‘열린우리당 당원에게 드리는 편지’를 올리고 이같이 밝혔다. 이 편지는 전날 아세안+3(한ㆍ중ㆍ일) 정상회의 및 인도네시아 등에 대한 순방을 위해 출국하기 전에 마련해 놓은 것이다. 노 대통령은 정계개편이나 통합신당 논의에 대해 “저는 이른바 ‘통합신당’이 무엇을 지향하는지, 그리고 어떤 세력이 참여하는지 들어보지 못했고 다만 민주당이나 특정 인물이 통합 대상으로 거론될 뿐”이라며 “결국 구 민주당으로의 회귀에 다름 아니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고 밝혀 민주당과의 통합에 대한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지역주의를 극복하고자 기득권을 포기하고 결단했던 우리당이 다시 지역구도에 기대려 한다면 이는 역사와 국민과 당원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며 “2002년 대선과 2004년 총선 등을 통해 완화되고 있는 지역구도가 내년 대선과 맞물려 다시 강화되고 고착화될 것이란 우려를 지우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역대 정부에서 여당은 어려움에 처하자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통해 이를 해결하려 했고 현직 대통령의 지지도 하락에 부담을 느낀 대통령 후보들이 차별화에 앞장섰다”고 설명한 뒤 “그런데 이러한 차별화와 정부-여당의 균열은 당의 지지도나 대통령 후보들의 지지도를 올리는데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고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을 다시 한번 겨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