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2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예상을 웃도는 호조세를 보인데 이어 그동안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았던 소비심리도 살아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를 방증하듯 국내 신용카드 신용판매액은 21조5,220억원으로 지난 2003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비자기대지수도 3분기 연속 상승세다.
우리경제를 견인해온 수출은 환율하락 등 불리한 여건을 딛고 여전히 견조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수출은 18개월 연속 두자릿수 성장세를, 무역수지는 52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앞서 발표된 올해 2ㆍ4분기 실질GDP는 전분기 대비 1.7%, 전년동기 대비로는 4.9% 성장했다. 전분기 대비 GDP 성장률이 지난해 2ㆍ4분기 0.8%에서 3ㆍ4분기에 1.2%로 높아졌다가 4ㆍ4분기 0.9%, 올해 1ㆍ4분기에도 0.9%를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L자형’ 부진에서 탈출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러한 경기 상승세는 바람직한 것이지만 이를 두고 경기가 완연 회복기로 접어들었다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다. 우리 경제는 수년째 좋을 때 5%, 나쁠 때 4%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1% 안팎의 좁은 상하진폭으로 움직이는 박스권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 매년 상저하고(上低下高 ), 상고하저(上高下低)의 흐름을 반복하고 있다.
이러한 패턴을 감안한다면 경기회복 논란 자체가 큰 의미를 갖지 못할 수도 있다. 적어도 대외여건의 변화를 흡수하면서 고꾸라지지 않고 2~3년간의 회복기를 이어갈 수 있어야 진정한 경기회복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지속적인 경기회복세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의 일관된 정책이 필요하다. 특히 경제에도 큰 변수가 될 연말 대선과 내년 새정부 출범 등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일본경제학계의 ‘한국통’인 후카가와 유키코 일본 와세다대학 교수는 이달 초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경기회복세가 단기화하는 것은 정책의 불확실성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정부가 엑셀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는 혼란스러운 정책을 펼치고 그로 인해 경기가 오락가락 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한국 경제는 인구고령화 추세나 기업 잠재력을 감안할 때 지금이 절정기(peak)이기 때문에 성장 여력이 있을 때 최대한 질주해야 한다. 앞으로 10년간 고성장을 달성하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다”라고 조언했다. 한번쯤 되새겨 볼만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