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리빙 앤 조이] 삼천리국수강산, 大韓麵國

■ 전국 팔도 면요리를 찾아<br>냉면, 한국전쟁 후 본격 남하<br>콧등치기 국수 등 '개성 만점'

1. 충북 옥천 생선국수

2. 강원도 영월 칡국수

3. 경남 의령 메밀소바


3,000여년전 중국에서 탄생한 면 요리는 언제 어떻게 한반도에 전해졌을까. 송나라 때 중국으로 유학을 떠났던 고려 승려들에 의해 한반도로 넘어왔다고 보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통일신라 때까지도 문헌상에 등장한 적 없었던 면 요리에 대한 설명은 '고려도경'(1123)에 처음으로 등장한다. 어느덧 1,00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니게 된 한국식 면 문화는 지역의 토양과 기후, 사람들의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발달했다. 메밀국수는 주로 춥고 토양이 척박한 강원도와 평안도, 함경도 등에서 발달했고 남쪽 지방에선 특별한 날이면 밀가루와 메밀, 전분 등을 섞어 만든 국수 요리를 즐겨먹었다. 민물고기가 많이 잡혔던 충청도, 그 중에서도 금강 상류 지역에서는 민물고기를 오랜 시간 끓여 우려낸 국물에 면을 말아먹는 생선국수가 등장했고 안동 등 내륙지방에서는 콩가루를 넣은 국수가 발달했다. 모양도 맛도 천차만별, 지방에 따라 사연도 얽히고 설킨 '한국 팔도 누들로드'를 따라가본다. ◇한강 이북은 메밀면, 이남은 칼국수=우리 조상들이 먹었던 면은 주로 메밀면이었다. 특히 한강 이북으로 갈수록 밀이나 벼 재배가 어려웠던 탓에 추운 지방의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랐던 메밀을 가루로 만들어 반죽한 후 압축식으로 면을 뽑아 냉면, 막국수 등을 만들어 먹었다. 이북 지역에서는 어디든 특색 있는 냉면 요리가 발달했다. 지금 우리가 즐겨먹는 서울식 냉면이나 옥천 냉면, 진주냉면 등은 모두 이북 냉면인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을 모태로 한 것들이다. 막국수는 강원도 지방에서 생긴 메밀국수다. 임진왜란 후 흉년으로 기근이 들자 나라에서 메밀 재배를 권장하면서 즐겨먹었던 음식으로, 특히 춘천에서 밤이 긴 겨울 야참으로 애용됐다. 밀 재배가 가능했던 이남 지역은 메밀에 밀가루를 섞거나 밀가루 면을 치대 칼로 자른 칼국수 등이 발달했다. 특히 서해안 지방에서 바지락 등을 넣은 얼큰한 칼국수가 발달했다고는 하지만 당시 밀가루는 구하기 힘든 고급 식재료였다. 칼국수는 고장마다 지역색을 띠며 발달해 농촌 지역에서는 닭육수에 애호박과 감자 등을 넣어끓였고 산간지방에서는 멸치장국, 해안지방에서는 바지락 장국으로 칼국수를 끓였다. ◇평양부터 진주까지 북에서 내려온 냉면=냉면의 고향은 북한이다. 요즘은 여름 별식으로 통하지만 본디 북한에서는 한겨울에 냉면을 즐겼다. 이북 사람들은 겨울마다 독에서 살얼음을 깨면서 동치미를 떠와 온돌방에서 국수를 말아먹었다고 한다. 북한 냉면의 양대 산맥은 평양과 함흥이다. 평양식 냉면은 메밀이 많이 함유돼 있어 쉽게 끊어지는데 비해 함흥식은 감자전분이나 강냉이, 고구마 전분의 함량이 높아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 평양 냉면은 동치미국물을 기본으로 지역에 따라 꿩고기 삶은 육수를 첨가해 물냉면을 만들어 먹었다. 그러나 함흥식 냉면은 맵고 진한 양념장을 얹어 비벼먹는 것이 보통이었다. 또 난류와 한류가 만나는 동해안을 끼고 있어 해산물이 풍부했던 함경도에서는 회 냉면이 발달해 당시에도 홍어회 무침을 얹어먹었다고 한다. 평양 사람들이 진주에 가서도 냉면을 찾아 진주식 냉면이 만들어지게 됐는데 진주냉면은 해물육수를 쓰는 것이 특징이다. 진주, 남해, 사천 등지에서 잡힌 죽방 멸치에 대합, 홍합 등 해산물을 달인 물과 조선간장으로 육수를 냈고 면은 메밀가루를 빻아 밀가루나 전분을 섞어 만들었다. 진주 인근에서 나는 귀한 재료는 모두 냉면 그릇에 오른 셈이다. 한국 면 요리 가운데 막내라 할 수 있는 분식의 대명사 쫄면도 냉면을 모태로 하는 음식이다. 쫄면은 30여년전 인천 중구 경동의 '광신제면'에서 냉면을 만들다가 우연히 한 가닥의 굵은 국수가락이 나왔는데 당시 공장 사장이 그 면을 공장 앞 분식점에 판매하면서 빛을 보게 됐다. '쫄면'이라는 이름은 70년대초 인천 중구 인현동의 분식점 '맛나당'에서 주방장으로 일했던 노승희 씨가 면이 쫄깃쫄깃하다고 해서 붙인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전쟁 후 팔도로 퍼진 면요리=북한 냉면은 한국전쟁 이전에도 남쪽에 알려져 있긴 했지만 피난온 실향민들이 냉면을 만들어 먹게 된 한국전쟁 때부터 본격적인 냉면의 '남하'가 시작됐다. 평양사람들이 만들어 팔던 풍기냉면, 경기도 옥천으로 피난온 함경도 실향민들이 만들어 팔던 옥천냉면(경기도 양평) 모두 전쟁 이후 팔도로 퍼졌다. 부산의 명물로 꼽히는 밀면 역시 한국전쟁 당시 부산으로 피난 갔던 이북사람들이 만든 음식이다. 이북 출신의 한 실향민이 냉면을 먹고 싶어 밀가루에 고구마 전분을 섞어 냉면 면발 같은 질긴 면발을 만든 것인데(지금은 면발이 질기지 않다) 당시에는 '밀 냉면' '경상도 냉면' 등으로 불리다가 '부산 밀면'으로 통칭했다. 밀면도 찬 육수를 쓴다. 육수로는 김치국물이나 고기 육수 등을 다양하게 쓰는데 집집마다 맛도 모양도 제각각이지만 모두들 '밀면'이라고 부른다. 경남 의령에서는 특이하게도 향토음식으로 메밀소바가 꼽힌다. 일본 음식으로 잘 알려진 소바가 향토음식이라니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이 사실이지만 의령 소바는 분명 일본식 소바와 현격한 차이가 있다. 의령 메밀소바는 일제 강점기 일본으로 건너갔던 사람들이 해방 후 고향으로 돌아올 무렵 의령군 부림면 신반 마을의 한 할머니가 일본에서 모리소바를 배워와 이웃 사람들에게 대접한 음식이다. 이 맛에 빠져든 동네 사람들이 하나둘씩 늘어나면서 할머니는 결국 의령읍 장터 골목에 식당을 열게 됐다고 한다. 소바라는 일본식 이름은 같지만 맛과 모양은 다르다. 쯔유에 적셔 먹는 일본식 메밀소바와 달리 의령 메밀소바는 장터국수와 비슷하다. 가다랭이 대신 멸치를 우려낸 국물에 면을 삶고 따뜻한 국물에 면을 말아 고명을 올려먹는 식이다. 우리 전통 고명이 음양오행설을 바탕으로 오색인 것과 같이 소바에도 붉은색 장조림과 녹색 시금치, 노란 깻가루, 흰색 파 밑단, 검정색 김 가루 등을 올린다. ◇콧등치기 국수 등 각 고장 별미=한국의 면요리는 각 지역의 특성에 맞게 별미로 자리잡게 됐다. 강원도 정선에는 이름도 재미난 명물 국수 요리가 여럿 있다. 올챙이 국수는 여름철 장마가 끝나고 옥수수가 익어갈 무렵 강원도 정선에서 맛볼 수 있는 대표 음식이다. 옥수수를 갈아 녹말을 솥에 넣고 끓이면 옥수수죽과 같은 상태가 되는데 물이 담긴 그릇 위에 구멍이 뚫린 그릇을 얹고 옥수수죽을 넣고 누르면 옥수수 빛깔의 면발이 올챙이 모양으로 빠져 나온다. 보통 면은 젓가락으로 먹지만 올챙이 국수는 면발 길이가 짧아 죽처럼 숟가락으로 떠 먹어야 한다. 정선의 콧등치기 국수는 100% 메밀가루로만 반죽해 면에 탄력이 없다. 때문에 후루룩 먹으면 콧등을 친다고 해서 콧등치기 국수라 불린다. 예전에는 된장을 풀어 국수를 말아 먹었지만 지금은 소고기 육수에 감자 옹심이와 애호박 등을 넣고 끓인다. 금강 상류 지역에서 발달한 생선국수는 충청도 별미다. 몇 백마리의 민물고기를 대여섯 시간 푹 고은 진국에 면을 말아 넣은 생선국수는 의외로 비린내가 안 나고 국물맛도 구수하다. 오랜 시간 생선을 우려내다가 국물이 뽀얗게 되면 생선을 체에 걸러 가시를 발라내고 고추장을 풀어 간을 한다. 그리고는 소면을 넣어 삶은 다음 파, 애호박, 깻잎, 미나리, 풋고추 등 제철 부재료를 썰어 넣는다. 도움말=면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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