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해외진출기업 세무지원 시급하다

최근 우리 기업들이 좀더 낮은 인건비와 임대료를 찾아서 중국ㆍ베트남ㆍ인도 등에 진출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이들의 애로 사항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얼마 전 중국에 투자한 기업인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요즘 들어 사업 환경이 더욱 나빠지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인력난으로 인건비가 점점 올라가는데다가 정부의 당초 지원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거나 토지 관리 및 환경 규제가 엄격해지면서 공장 이전이 불가피한 경우도 생긴다는 것이다. 특히 외국기업에 불리한 세법 적용이나 불합리한 세무 행정 등으로 피해를 입는 사례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지만 상담이나 도움을 요청할 만한 기관이 없어 적절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실제로 옌볜 지역에 진출한 국내의 모기업은 중국의 시ㆍ주ㆍ성 세무 당국간에 정보 공유가 되지 않아 지난해 한 해 동안 3곳으로부터 동일한 건에 대해 세무조사를 받았다. 이렇게 집중적인 세무조사에 전직원이 매달리다 보면 경영 활동이 위축되고 매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또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에 해당하는 증치세의 환급과 관련한 어려움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어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국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의 가장 큰 애로 요인으로 증치세를 비롯한 세금 문제가 꼽혔다. 이러한 세무 애로는 비단 중국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최근 우리 기업의 진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이나 인도에 진출한 기업들도 아직 정비되지 않은 세법과 세무공무원의 광범위한 재량권으로 인해 어려움이 크다. 대기업들은 자체 역량이나 현지 전문가를 활용해 이러한 애로를 해결할 수 있지만 문제는 그럴 만한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이다. 진출국의 세법과 세무행정 정보에 어두운 중소기업들은 잦은 제도 변경과 모호한 법규 해석 및 적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거액의 세금을 추징당하거나 심지어 공장의 문을 닫는 사태까지 발생하기도 한다. 국세청에서도 이러한 현지의 세정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세무관을 파견하고 또 우리 기업이 많이 진출하고 있는 국가의 국세청과 상호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있지만 예산과 인력 운영상의 제약으로 인해 충분한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 11위의 무역 대국으로 전세계 곳곳에 3만2,000여개의 기업들이 진출해 있지만 이들의 애로를 해결해줄 수 있는 국세청의 주재 세무관은 중국ㆍ일본ㆍ미국 3개 지역에 4명에 불과하다. 더욱이 우리나라 해외 진출 기업의 절반가량이 집중돼 있는 중국의 경우 북경의 주중국대사관에 고작 1명의 세무관만이 파견돼 있을 뿐이다. 한 사람의 세무관이 1만5,000개가 넘는 현지 진출 기업의 세정 애로를 청취하고 해결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근 우리나라의 투자와 기업 진출이 급격히 증가해 지난해 9월 기준으로 3,800개사, 88억달러가 투자된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에는 고충을 호소하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세무관이 전무한 형편이다. 중국이나 베트남의 세정 당국은 외국기업의 투자가 계속 늘어나면서 앞으로 이들에 대한 세무 관리를 대폭 강화하고 세금 탈루 등 불법 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를 크게 높일 것임을 밝힌 바 있다. 현지 경영 여건의 악화로 수익률이 점차 저하되고 있는 우리 기업으로서는 설상가상의 상황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해외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을 돕기 위한 세무관 증파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라고 본다. 물론 국세청에서도 그동안 주요국 세정 당국과의 협력 채널 강화를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해왔지만 이러한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현지 세제 및 세정에 능통한 세무관을 우리 기업이 필요로 하는 중국ㆍ베트남 등에 파견해야 한다. 국세청이 표방하고 있는 ‘따뜻한 세정’이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국부 증진을 위해 해외에서 애쓰고 있는 현지의 우리 기업에도 펼쳐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