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원가 공개 압박이 거센 가운데, `분양원가공개 반대`의 입장을 보이고 있는 건설교통부의 방침이 지켜질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민단체는 물론 대부분의 수요자가 원가공개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고, `총선 올인`정국에서 정부의 버티기도 한계에 다다랐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건교부는 그 동안 분양권 전매금지, 재건축 조합원지위 양도금지 등의 `굵직한` 규제 요구에 대해 초기에는 `강력한`반대 입장을 보이다 4~5개월 뒤 대책으로 내놓는 모습을 보여 이 같은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초기에는 버티기, 나중엔 정책으로 = 주택시장이 과열되던 2002년 초부터 시장안정을 위해 가장 강력한 대책으로 부상된 것은 크게 3가지.
▲분양권 전매금지
▲재건축 조합원지위 양도금지 그리고
▲분양가 규제가 그것이다. 이들 규제책 중 분양권 전매금지와 재건축 조합원지위 양도금지 등 두 가지는 지금도 시행 중이다.
이들 대책이 시행되기 전까지 공통점이 있다. 건교부는 이들 규제책을 대책으로 내놓기 전에는 한결 같은 논리로 반대해 왔던 것. 건교부는 매번 `시장질서 위반, 공급위축, 사유재산 침해` 등의 논리로 반대했다. 자칫 주택시장이 침체 돼 더 큰 부작용을 낳게 된다는 것이었고 시장은 작은 대책(기준시가 인상 등)으로도 안정된다는 논리를 펼쳤다. 실제로 2002년 `5ㆍ20대책`을 내 놓으면서도 건교부는 2002년 한해 서울지역은 평균 5~7% 상승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 놓았다. 물론 당시까지도 강력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요구들은 묵살됐고 결국 2002년에만 서울지역은 무려 22.7%가 상승했다. 건교부의 `오판`은 주택시장의 거품은 더욱 크게 했다. 이후 여론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8ㆍ9대책`을 통해 8개월 전 요구했던 분양권 전매제한(1년)이라는 카드를 내 놓았다. 또 이 대책이 말을 듣지 않자 2002년 9ㆍ4대책에 이어 2003년 5ㆍ23대책(분양권전매완전금지), 9ㆍ5대책(재건축조합원명의변경금지), 그리고 주택시장 안정종합판인 10ㆍ29대책을 내놓기에 이르렀던 것. 정책적 신중함이 `잘못된 판단`으로 이어진 대표적인 사례였다.
◇분양원가 공개반대, 버텨 낼 수 있을까 = 3가지 요구됐던 규제책 중 분양가 관련 규제책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하지만 서울도시개발공사의 분양원가 공개 이후 시민단체 등을 비롯해 원가공개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심지어 주택업체도 최근 `사기집단`으로 까지 몰리고 있는 데 반발, 사석에서 원가공개 혹은 분양가 규제를 주장 하기도 한다. 이윤이 10%안팎(시공사 기준)인데도 불구하고 30% 이상의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오해를 받느니 공개하는 게 낫다는 것. A건설업체 임원은 “건교부의 모호한 입장도 문제다. 단순히 원가공개가 시장 질서를 위반한다는 논리만을 피력할 게 아니라 알고 있는 모든 정보를 동원,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B건설업체 관계자도 “일부 단지의 경우 수익률이 높을 수는 있지만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것처럼 30% 이상 폭리는 없다”며 “차라리 분양가 규제를 통해 `도둑놈`으로 몰리고 있는 현실을 벗어나게 해달라”고 강변했다.
결국 이러한 여론의 흐름속에 건교부의 버티기가 지속될 지 여부가 관심이다. C연구소 연구위원은 “정책을 결정함에 있어 신중을 기하는 것은 기본이다”며 “하지만 정책판단의 신중이 2년간 부동산 거품을 더욱 크게 했다는 점을 고려해 이번엔 오판이 아닌 제대로 된 상황판단의 자세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D연구소 한 박사도 “지난 2년간 건교부는 한결같이 `주택시장 안정을 통해 서민주거안정이 정책적 목표`라고 밝혔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며 “분양가 문제도 이미 2002년 5ㆍ20대책에서도 인식했던 문제였다는 점을 깊이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철균기자 fusioncj@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