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4분기 '어닝 쇼크'
환율 하락 직격탄, 영업이익 52% 나 급감美 앨라배마 공장 본격가동 모멘텀 기대전문가 "실적 이미 반영…매수 노려볼만"
현대, 車판매가 최고 4.7% 인상
현대자동차가 원ㆍ달러 환율하락 등의 여파로 지난해 4ㆍ4분기에 ‘실적 충격(어닝 쇼크)’ 수준의 성적표를 내놓았다.
하지만 대다수 증시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실적악화 우려감은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며 “미국 앨라배마 공장 본격가동 등 해외 모멘텀을 감안하면 최근 가격 조정은 오히려 저가 매수의 기회”라고 평가했다.
◇원화 강세로 직격탄=현대차는 4일 서울 여의도 증권거래소에서 기업설명회(IR)를 갖고 지난해 매출은 27조4,725억원으로 전년보다 10.0% 늘어난 반면 영업이익은 1조9,814억원으로 11.4% 감소했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해 4ㆍ4분기의 경우 매출은 7조5,417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4.0% 늘어났으나 영업이익은 3,439억원으로 무려 52.6%나 줄었다. 이는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증권사들은 4ㆍ4분기 매출은 평균 7조5,000원, 영업이익은 6,500억원 정도를 예상해왔다. 더구나 이달 초 영업이익이 4,000억원에 그칠 것이라는 ‘루머’가 나돌면서 지난 1ㆍ2일 이틀간 주가가 빠졌으나 실제 발표치는 이보다 더 낮았다.
이는 환율하락에다 국내외 마케팅 비용 증가, 보수적인 판매보증 충당금 적립, 원자재 구입 비용 증가 등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수익성이 대폭 악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조용준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이유는 원화절상으로 매출이 당초 추정치보다 3,000억원가량이나 줄었다”며 “갑작스러운 환율변동으로 수출 가격 인상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금이 저가 매수 기회다”=하지만 이 같은 ‘어닝 쇼크’가 주가에 미칠 영향은 일시적이라는 게 대다수 증권사의 분석이다.
송상훈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환율하락세가 멈추지 않아 올 1ㆍ4분기에도 실적이 나쁠 것”이라면서도 “올 2ㆍ4분기 베르나 후속인 MC(프로젝트명), 그랜저XG 후속인 TG 등 신차 출시에다 미국공장 가동 등 주가 상승 모멘텀이 대기하고 있다”며 목표가 6만4,000원,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했다.
서성문 동원증권 애널리스트도 “2분기 이후 소비심리 회복, 환율하락세 둔화 등으로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며 “특히 해외공장 모멘텀이 부각되면서 영업이익 하락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이날 이사회를 열고 보통주 1,100만주(총 주식수의 5%), 우선주 100만주(2.7%) 등 총 1,200만주(총 6,500억~7,000억원어치)를 매입하고 주당 보통주 1,150원, 우선주 1,250원의 시가배당을 실시하기로 한 것도 호재 요인이다. 안수웅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주가 조정은 저가 매수를 위한 절호의 기회”라고 권고했다.
반면 일부 증권사는 “영업이익률 하락으로 주가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김학주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수익성 약화 요인을 상쇄하기 위해서는 브랜드 인지도 개선, 판매가격 인상 등 새 성장 모멘텀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며 “자사주 매입도 주가를 끌어올리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생산 체제 본격화=현대차는 환율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올해 해외 생산 비중을 대폭 높이기로 했다. 해외공장에서 지난해보다 57.9% 늘어난 총 65만7,000대(매출 8,300억원)를 생산, 글로벌 판매 240만1,000대(매출 36조8,000억원)를 달성한다는 것.
현대차는 올해 국내 본사의 경우 매출 28조4,700억원, 영업이익 2조4,000억원을 목표로 잡았고 내수 60만5,000대, 수출 113만9,000대를 판매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R&D) 1조6,690억원, 해외투자 5,920억원, 경상투자 5,180억원 등 지난해보다 5.9% 늘어난 총 2조7,790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최형욱 기자 choihuk@sed.co.kr
입력시간 : 2005-02-04 17: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