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칙금 부과해야 하니 얼른 운전면허증 주세요.” “아니 즉결심판 받겠다는데 왜 자꾸 면허증을 제시하라는 거예요?”
2002년 8월 서울 노량진경찰서 앞길에서 신호위반에 걸린 서모씨와 단속 경찰관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서씨는 범칙금 처분을 거부하며 즉결심판을 요구했지만 경찰관이 범칙금 부과를 위해 집요하게 운전면허증을 요구하자 급기야는 경찰관의 멱살을 잡고 몸싸움을 벌였다. 결국 서씨는 경찰관 폭행 혐의(공무집행방해)로 기소됐지만 대법원에서 무죄로 판결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강신욱 대법관)는 18일 “즉결심판을 원하던 서씨에게 면허증을 요구하며 범칙금 처분을 강행한 경찰관의 단속행위는 적법하지 않은 만큼 서씨는 무죄”라고 밝혔다.
서씨가 경찰의 위법한 직무행위에 항의하다 폭행이 일어난 만큼 공무집행방해가 아니라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었다. 서씨는 이번 판결에 앞서 1심에서 벌금 120만원을, 2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검찰의 상고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려왔다.
현행 도로교통법 117, 118조 등에 따르면 ‘신호위반’에 걸린 운전자는 범칙금 처분을 거부하고 즉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 경찰관은 지체없이 운전자가 즉결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조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