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이 김정태 행장 퇴진에 따른 경영공백에 빠진 가운데 우리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ㆍ하나은행 등이 사업영역 확대를 가속화하면서 금융권 판도가 급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우리금융지주가 LG투자증권을 인수하는 것을 계기로 종합금융회사로의 도약을, 신한금융지주는 신한은행과 조흥은행 합병을 통한 ‘뉴 뱅크’전략을 적극 추진 중이다. 또 하나은행은 한투증권 인수를 통해 사업영역 확대와 지주회사로의 변신을 도모하는 등 금융권 전체가 ‘새 판짜기’ 회오리에 휩싸이고 있다.
여기에 다음달 합병해 새롭게 출발하는 씨티은행과 한미은행의 통합도 지각변동을 일으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권 판도가 달라질 수 있는 초대형 사건들이 이어지고 있다”며 “은행마다 리딩 뱅크로 도약하기 위한 사업영역 확대, 전략적 제휴 등을 대대적으로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 주도권 다툼 본격화, 우리금융 도약=국민은행의 경영공백 속에 가장 부각되고 있는 금융회사는 우리금융지주. 지난주 LG투자증권을 인수하고 정부 지분의 일부를 대량 매각하는 데 성공하는 등 리딩 뱅크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잇따라 마련했다.
황영기 우리금융 회장은 “LG증권 인수작업이 마무리되면 보험과 자산운용 등 다른 부문과의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혀 앞으로 금융권 대표선두 은행으로 자리잡는 데 집중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를 위해 삼성생명과 방카슈랑스 전문 판매업체 설립을 위한 지분(3%)매각 협상을 재개하고 해외 유수의 자산관리, 투신업체와 전략적 제휴도 적극 모색할 계획이다.
우리금융지주의 이같은 활발한 행보로 금융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지는 김정태’, ‘뜨는 황영기’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나, 신한은행 덩치 키우기 한창=우리금융에 이어 하나은행도 대투증권 인수를 위한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특히 하나은행은 올해 1조원 이상의 순이익을 내고 내년에도 이 정도 규모의 순이익을 올리면 외국계 펀드가 대주주인 국내 시중은행 인수전에도 뛰어들 수 있는 여력을 갖출 수 있다고 보고 은행 인수를 위한 중장기전략을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금융지주는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의 통합작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조흥은행을 자회사로 편입, 증권ㆍ보험ㆍ투신 등 비은행 자회사들과 연계해 시너지를 낸다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신한지주는 이를 위해 내년에 조흥은행의 카드부분을 분사해 신한카드와 통합을 추진하는 한편 신한생명보험을 인수, 자회사로 편입시킬 계획이다.
◇씨티-한미 합병, 토종 대 외국계 은행 대결=세계 최대 금융그룹인 씨티그룹은 오는 10월 말 한미은행과 씨티은행 서울지점을 통합해 씨티은행이라는 이름으로 본격 출범하는 것을 계기로 영업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사업영역에서도 소매뿐 아니라 기업금융도 대대적으로 강화할 방침이다.
우리은행은 씨티가 기업금융 부문에서 엄청난 자금력을 바탕으로 공세를 시작할것으로 판단해 대책을 마련 중이며 소매금융 중심인 국민은행은 부유층 고객을 대상으로 한 프라이빗 뱅킹 영업에서 한판 승부를 준비하고 있다.